넷플릭스에서 영화 차인표를 봤다. 내 생각에 차인표는 단독 주연을 하기엔 중년배우로, 전성기가 지났으며 이제는 모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존재감이 있지 않다. 나는 그의 전성기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침 방송이나 예능에 종종 나오는 자료화면에서 느끼하면서도 과해보이는 그의 전성기를 간접적으로 경험한게 다다. 차인표에 대한 내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신애라와 결혼한, 왕년에 잘나갔던 중년 배우. 부인과 오손도손 잘 살며 좋은 일도 많이 하는 배우. 영림도어, TS샴푸의 광고 모델. 그렇게 매체를 통해 알게된 젠틀함, 반듯함, 강인함이 차인표의 이미지다.
30대 중반이 되어가는 나조차도 차인표의 전성기를 제대로 경험한 적 없으니 요즘 세대는 오죽할까. 그런 중년의 배우가 아무런 이슈없이 자신의 이름을 건 영화를 찍다니 대단한 용기라고 생각했다.
#차인표 줄거리
차인표는 유명 영화배우다. 매사에 흐트러짐 없는 반듯하고 강인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 등산복 광고에서 편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광고주의 의도와는 다르게 반듯하고 강인한 모습을 고수하며 최선을 다하는 차인표는 꽉막힌 꼰대의 전형이다. 작가는 매니저를 불러 닥달한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매니저. 그는 차인표에게 넌지시 현재 차인표의 연예계 위치를 귀뜸해주지만 자존심 강한 차인표는 전혀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도리어 자신에게 직언하는 매니저에게 진정성을 갖고 살아가라며 훈장질이다.
광고주로부터 등산복을 입고 일상 생활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차인표는 프로페셔널 하게 등산복을 입고 동네 산행을 나간다. 산에서 많은 일들을 겪다 진흙투성이가 된다. 우여곡절 끝에 산중턱에 있는 학교 체육관 샤워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게 되는데 그 순간. 갑자기 체육관이 폭발하한다.
체육관에 벌거 벗은채로 조난당한 차인표. 그는 수십년간 배우생활을 하며 한번도 베드신을 촬영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대중들에게 자신의 헐벗은 몸을 보여줄 수 없다며 매니저에게 조용하게 자신을 구조해줄 것을 요청하는데...
영화 <차인표>에서는 그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에 갇혀 정체기를 모르고 사는 차인표를 차인표가 연기한다. 몇몇 인터뷰의 이야기를 보면 김동규 감독이 5년 전 차인표에게 들고간 시나리오였으나, 당시엔 정체되어 있는 극중 자신의 모습에 거절했다고 한다. 5년 뒤 차인표는 영화 <차인표>에서의 모습처럼 자신의 틀에 갇혀있고, 정체기가 왔다고 생각이 들어 이 영화를 통해 이것을 풀어보고자 했다고 한다.
영화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B급 감성을 노리고 만든 CG연출과, 다양한 설정의 코믹한 부분도 재밌었다. 많은 배우들이 나오는 것도 좋았다. 박영규와 조달환, 윤병희의 감초연기가 볼만했다.
차인표라는 배우를 새로 발견한 느낌이 들었다. (연기가 뛰어나거나, 이제와서 대단히 잘생겼다거나 그러진 않지만) 정극연기만 해오던 바르고, 젠틀하고, 강인한 이미지의 중년 배우가 스크린에서 저렇게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멋지게 느껴졌다. 그의 바람대로 정체기에서 벗어나 제 2, 제3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배우가 되길.
영화는 차인표의 개인기 그리고 피식거리는 웃음 포인트 몇개, 자기 세계에 갇혀사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꽤나 재미있게(기대하지 않는다면) 볼만하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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