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와인바 비비노 방문기 소개팅 명당


금요일.
친구들과 신사동 와인바 비비노에 갔다. 무려 친 동생이 차린 가게다. 자주 팔아주면 좋겠지만 와인바 사장의 형인 나는 술엔 잼병이다. 태어나서 먼저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 동생가게 오픈했다고 사람들에게 와인바 가자고 하기가 멋쩍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들은 꼭 가서, 사장님 형의 블로그를 보고 왔다고 잘 해줄거라고 들었다면 어련히 잘 챙겨줄 것 같다.


아무튼 오랜만에 친구들과 와인바에 갔다.(나는 술은 안먹지만) 친구들이 동생을 중학교때 보고 한번도 안봐서, 낯설어 할까봐 ‘내 동생 장발이니까 놀라지마’ 라고 선전포고를 해줬다. 막상 가게에 들어갔는데 동생은 이발을 했다. 나는 "어어?? 머리 잘랐네??" 라며 놀랐고 동생은 "엊그젠가?" 하고 대수롭지 않아했다. 나는 동생과 같은 집에 살지만 3일간 얼굴을 본 적이 없던 것이다..!

<시그니쳐 닭가슴살 스테이크>


아무튼 동생에게 달달한 와인을 우선 가져다 달라고 했다. 어차피 내가 쏠거여서 가격은 안물어봤다. 무슨 화이트 와인을 가져다 줬는데 (동생은 와인바 사장님이기 때문에 어떤 와인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만 나는 동생의 와인 지식에 정확히 반비례 하는 만큼의 와알못 이기 때문에 지금 이 포스팅을 작성하는 시점에서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아주 달았다. 마치 애플사이다 같은 느낌. 기본 안주로 준 치즈가 꿀맛이었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길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두번째는 떫지 않은 레드와인. 친구들의 취향 참 좋다. 달달한 와인 / 떫지않은 와인. 동생은 와인을 들고와서 멋지게 설명해줬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강원도 양양 쯤에서 나오는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이란다.


포도향이 더 풍부하게 날 수 있도록 잔도 좀더 뚱뚱하고 향기가 갇힐거 같은? 그런잔을 가져다 주었다. 원래 와인은 잔을 계속 바꿔가며 마신다나. 나도 조금 맛봤다. 맛있었다. 어디어디 에서 직접 온 골드메론에 햄과 치즈를 올려서 토치로 겉을 조금 구운 안주를 주었다. 진짜 단짠 꿀맛이었다. 동생은 직접 요리도 하는데 참 대견하다.


부산에서 올라온 친구 S와 내년에 결혼을 앞둔 J 커플, 그리고 나 총 4명이 방문했다. 룸을 잡아줘서 룸에 앉아서 재밌게 놀았다. 대화 주제는 역시 결혼, 부산에서 올라온 S는 무려 8년 전 20대 후반에 결혼했다. 당시에도 지금도 놀랍다. J커플은 예복의 원단에 대한 결정을 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것저것 선택할 것이 정말 많았다. 마치 치즈 플레터처럼 깔린 치즈가 너무 많아서 뭣부터 맛 봐야할지.. 참 선택의 연속이다. 와인도 두어병 마셨고, 배도 불렀고 친구들도 취기가 적당히 오른거 같아서 일어나기로 했다.


가을이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