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익스프레스 니체 + 사랑의 블랙홀 + 면접후기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고 있다. 철학자들이 살던(다녀간) 지역을 작가가 기차로 탐방하며 같은 체험을 해보고자 하는 꽤나 실천적인 철학인문서이다. 꽤 재미있게 보던 중 니체 파트에서 '영원회귀' 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물론 학교에서 철학시간에 배웠겠지만 당시에는 (어렸고, 영어 수업이었고, PBL중심 학습인지 뭔지 덕분에 학기내내 아리스토텔레스만 집중했으면 되었기 때문에) 뭔소린지 하나도 몰랐을게 분명하다.


 지금 읽어봐도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해한대로 써보자면. 무한한 시간속 일정한 법칙들 속에서 삶이 진행된다면, 언젠가는 중복된 조합의 법칙이 만들어낸 사건이 발생하게 될 것이고, 이 사건은 이전 사건(이전 법칙들의 조합)이 영향을 주어 생성되었을 것임으로, 필연적으로 동일한 사건들이 무한하게 반복될거다. 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


 그러니까 오늘 면접을 불만족스럽게 보고 11분만에 면접장 밖으로 나와 한숨을 쉬면서 쇼우미더머니에서 탈락 3표를 받아 불구덩이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을 느낄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영원회귀의 굴레를 돌기 때문에 오늘 불구덩이로 빠질 것을 안다고 하더라도, 또 다시 그대로 행동하고 느끼게 된다는 어마 무시한 이야기인 것이다. 젠장!

 그래서 니체가 하고자 했던말은 영원회귀로 어차피 똑같이 벌어질 일. 필연적으로 피할 수 없는 일. 그러니 즐겨라! 삶의 찬미! 와 같은 긍정적인 영역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그의 삶을 살펴보면 이 결론은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나라면 무조건 허무주의로 빠져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거 같은데 니체는 죽어가는 와중에 집필을 시작했고, 채찍질 당하는 말에 몸을 던져 채찍을 대신 맞기도 했다니 얼마나 고귀한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는 <사랑의 블랙홀> 이란 영화를 '영원회귀'와 엮어서 꽤 재미있게 설명한다. 작가의 말처럼 사랑의 블랙홀은 타임루프 설정의 단순 로맨틱 코메디가 아니라 완벽하게 철학적인 영화다. 책 덕분에 영화를 한 번 더 봤다. 주인공 필은 시니컬한 기상캐스터로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성촉절'이라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시골마을에서 1박을 하게 된다. 썩 유쾌하지 못한 불평불만 가득한 하루를 보낸 다음날, 필은 다시 성촉절 행사 당일 아침으로 돌아간다. 기이한 경험을 한 필은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에 든다. 하지만 다시 성촉절 행사 당일 아침으로 돌아가고, 무슨짓을 해봐도 같은 날들이 무한하게 반복된다. 영원회귀다. 영화는 성촉절이라는 특정시간대로 회기 구간을 짧게 잡았지만 필이 1년에 한번은 무조건 경험해야하는 그냥 그런 하루인 '성촉절'은 우리에겐 어쩌면 무한하게 반복되는 ‘일상’일 것이다.

<왜 아침은 맨날 오는 걸까>

 나는 나의 성촉절(일상)을 어떻게 보내나 살펴봤다. 영화 초기 기상캐스터 필과 같은 상태로 염세를 뿌리며 살고 있다.(이 글을 쓰면서도 그런거 같다.) 불만도 많고 불평도 많고..

 <사랑의 블랙홀>에서 필은 무한한 성촉절을 반복하면서 별의 별짓을 다한다. 난봉꾼처럼 살기도하고, 사람들을 괴롭히기도 하고, 자기개발을 위해 미친듯이 노력하기도, 철저하게 세상에 무관심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써도 성촉절이 반복된다는 사실(영원회귀)을 깨닫게 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완벽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성촉절을 즐기기 시작한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고 완벽해졌을때 필은 다음날로 넘어간다. 필이 영화속에서 만들려고 하는 '완벽한 하루'를 만들기 위한 행동들이 '아모르파티' 가 아닐까!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와 사랑의 블랙홀 그리고 면접을 망치고 불구덩이에 빠져버린 내 기분을 표현한 이상한 포스팅의 결론.

 그러니까 오늘 면접을 망치고 11분만에 면접장 밖으로 나와 한숨을 쉬면서 쇼우미더머니에서 탈락 3표를 받아 불구덩이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을 느낄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영원회귀의 굴레를 돌기 때문에 오늘 불구덩이로 빠질 것을 안다고 하더라도, 또 다시 그대로 행동하고 느끼게 된다는 어마 무시한 이야기인 것이다. 젠장!


 은 무슨일이 있어도 절대로 바뀌지 않을 영원회귀 속 사건이니, 이것도 내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성촉절에 갇힌 필처럼 '완벽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 애쓰며 살아야한다!!아모르파티!! 라며 업무중 포스팅을 끄적여본다(?). 어딘가 다시 걷고 있을 니체에게 감사를 보내며 소크라테스익스프레스 + 사랑의 블랙홀 + 면접후기 + 자아성찰 리뷰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