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하게 된 이야기

아래 사유들로. 이직을 결심했다.

이직을 결심했다.

이직을 결심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5년째. 중소기업이고, 월급은 따박따박 나오지만 박봉이다. 박봉을 1/13으로 나누기 때문에 실제 연봉은 연봉계약서에 써있는 것보다 훨씬 적다. 3년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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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을 결심했다. 2

 이직을 결심했다. 의외로 단박에 오퍼가와서 면접을 본 곳이 잘 되었다. 작지만 나쁘지 않아보여서 킵하고 다른곳도 지원해보려 했으나, 게으른 나는 최종 결과가 나올때까지 아무런 액션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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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각보다 이직과정은 지지부진했다. 내가 좋아하는 회사는 나를 싫어했고, 내가 좋아하는 회사는 나를 싫어했다. 애초에 기준이 높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준비 비간은 약 5-6개월 정도 걸렸다. 구하려고 이력서를 올리자마자 연락온 곳에 최종합격 하긴 했지만 (사주집 할머니가 진작 마음떳고 작은 곳이라도 옮기면 잘풀릴거고 괜찮다라는 말을 했지만) 친한 형님의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이직하면 무조건 후회하게 되어있다. 최선의 조건으로 좋은회사를 천천히 기다려라' 라는 조언에 따라 길고 지루한 싸움을 계속했다.

그 이후엔 반차의 연속이었고, 이력서 수정과 제출의 연속이었다. 덕분에 내 경력(물)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게 되었다. 앞으로 방향성 같은 것도 좀 잡을 수 있게 되었고. 나름 이 과정에서 보람도 컸지만 조금 지치기도 했는데 쉬기 위한 휴가가 전부 면접으로 소진되었기 때문 일듯 하다. 소중한 연차까지 썼건만 면접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회사 상태가 불만족 스러운 경우도 많았다.

Zoom면접
코시국으로 Zoom 면접도 보았다. 클라우드펀딩 플랫폼 회사였는데 직무에 관한 세세한 질문들을 해왔다. 면접 느낌은 딱히 좋지 못했다. 처음부터 마이크가 말썽이었고, 면접관들도 일단 한번 보기나하자는 느낌으로 들어왔단게 느껴졌다. Zoom이라 더 떨리기도 했고 말도 잘 못했다. 불합격이었다.


채용공고와 다른 제안을 한 면접
이력서를 오픈해놓으면 온갖 회사에서 연락이 온다. 한번은 그럴듯한 ERP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게되었다. 인적성검사도 하고 체계가 있어보였는데 대뜸. 일단 3개월 계약직이고요. 이런 일을 합니다. 면접을 보시겠습니까? 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니 채용공고에는 정규직채용으로 올려놓고 지들이 면접 보자해놓고 개똥같은 소리라 박차고 나오고 싶었지만 반차가 아까워서 '뭐 보죠 면접..'이라고 시작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희망연봉을 이야기 했다. 불합격이었다.

다수 대 다수 면접
면접관 5명에 지원자 두명이 들어간 면접도 있었다. 회사도 으리으리 해보여서 떨렸는데 옆에 어떤 분이 앉아계셔서 더 떨렸다. 여자분이셨는데 엄청 똘똘하고 준비를 잘 한 것 같았다. 뜬금없이 포부를 물어보길래 어버버 하면서 포부를 말했다. 말하다가 어이가 없어서 말을 멈췄다. 떨어졌겠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꼬리 질문에 꼬리질문을 던져서 더 당황했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 나도모르게 한숨을 '하-' 하고 쉬었고, 옆 여성 지원자 분과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랐을 땐 수치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최종합격과 연봉협상
"최종합격 했습니다. 연봉은 ㅇㅇ입니다. 입사하시겠습니까?" 라는 전화가 왔다. 너무 단도직입적이라. "네! 하겠습니다!" 할 뻔 했으나, 조금은 아쉬움이 있던터라. 고민을 좀 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친구는 "회사는 마음에 들고 가고싶지만 생각하는 연봉에 차이가 있다. 혹시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확인 해달라" 라고 물어보라 했다. 나는 혹시라도 채용취소가 될까봐 덜덜거리면서 인사담당자에게 말했다. 그쪽에선 알아본다고 하고, 2-3일간 전화가 없었다. 그 사이에 실무진과 미팅을 했고, 덜덜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1차 미팅
1차 미팅은 무슨 돼지고기집이었다. 이사님 한분과 만났는데 이사님은 건강상의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뭐 못마시기 때문에 "예 저도 술은 못마셔서요.."라고 말했으나 이사님은 굳이 맥주를 한병 시켰다. 나를 한잔 따라주고 자기도 한잔 받았다. 그리고 우린은 건배를 하고 나는 두어모금 마셨다. 그렇게 고기를 구워먹고 재밌는 이야기들을 했다. 맥주는 1병 중 반잔만 마셨다.


2차 미팅
1차 미팅에서 나왔던 이사님과 부장님, 그리고 함께 일하게 될 팀원이 함께 모였다. 4명이었고, 근처 라멘집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라멘집은 포화상태였고, 이사님은 앞에 일식집으로 우릴 안내했다. 룸에 자리 잡은 우리 넷. 부장님이 정식메뉴(1-2만원)선에서 뭐드실래요 하면서 고르고 있자, 점원분이 오셔서 "저녁에는 디너 스페셜 이상밖에 안돼요" 하고 말했다. 디너 스페셜은 인당 70,000원. 참치 코스였다. 이미 자리를 잡아서 뭐 어쩔 수 없지 시켜. 라는 이사님의 떨리는 목소리. 주문하는 부장님의 목소리. 술은 어떻게 하실래요. 라고 하자. 이사님은 "나는 못마시고, 이쪽(나)도 못마시는거 같더라 ㅇㅇ씨는 마셔?" 라고 물었다. ㅇㅇ씨는 "아뇨 저도 못먹어요" 라고 말했고 술을 좋아하게 생긴 부장님은 허허 웃으며 "저도 뭐 안마셔야겠네요" 하고 입을 슥 닦았다. 참치가 나왔고, 참치는 꽤나 기름졌다.


퇴사과정
우선 뭐 바로 직속상관에게 보고하고, 다음날 사장님과 점심을 먹었다. 남아줬으면 좋겠다던 사장님은 내가 받게될 연봉을 듣고는 생각이 확고하다니 붙잡을순 없겠다고 말했다. 난 딱히 확고하진 않았으나 그러려니 했다. 그만둔다니 사람들과 저녁약속 / 점심약속이 많아졌다. 평소에 한번도 식사하지 않던 사람들도 나와 밥을 먹고싶어했다. 왠지 모르게 그리고 다들 축하한다고 말해줬다. 경영지원부에서는 퇴직용 IRP통장을 만들라고 했다. 퇴직금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남은 연차를 소진하기 위해 휴가를 올렸다. 한 일-이주 쉬고싶었으나 그러지는 못했다. 그게 조금 아쉽다.

6개월간의 긴- 여정을 마쳤다. 앞으로 다닐 회사에서도 무난하게 무탈하게 재밌게 다니길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