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 #1 사이버펑크와 큐티폴 수저세트

 요즘은 결혼 전 주말 부부처럼 주말에만 새로 얻은 집에서 결혼준비를 한다. 하나하나 꾸며가는 재미가 일품이다. 보통은 y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있다. 집이 넓지 않아 금방금방 차는 것 같고, 그래서 더 꾸미기 쉬운 것 같다. 이런저런 작고 행복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기록으로 남기고자 쓰는 일기. 

 

사이버펑크와 y 

 최근 플레이스테이션 5로 사이버 펑크를 하고 있다. 엘든링의 지겹고 고난의 터널을 지나서 사이버펑크라는 새로운 도시에 무사히 도착했다. 사이버펑크는 2077년 미래,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다. 국가보다 기업이 위에 있고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기계로 개조한다. 삶도 죽음도 가벼운 무법천국 나이트시티를 배경으로 생존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  

 

 근사한 설정과 멋진 그래픽과 별개로 게임은 버그 때문에 망했다가, 수차례 패치를 거쳐 그래도 해볼만한 가치있는 게임으로 변모했다. 주말저녁 오랜만에 휴식을 즐기게 되었고 y와 TV를 보다가 도저히 볼게 없어서 내가 제안했다. 그럼 나 게임하는거 볼래? 하고, y는 흥미롭게 소파에 앉아서 게임을 지켜봤다. 총도 쏴? 언제 싸워? 와 같은 질문을 옆에서 하고 있었다. 진행하고 있던 임무는 팬앰이라는 NPC를 도와 기업의 전차를 훔치는 것이었다. NPC팬앰은 주인공과 배드신 연출이 가능한 약간은 연애 감정이 있는 NPC였다. 아뿔싸. 선택지문에 자꾸 연애 지문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 거 같아 조마조마 했는데 어느샌가 y는 누워서 티비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차를 타고 이동, 내가 화면을 이리저리 보며 황량한 미래도시를 보여주자 멀미난다며 화면을 가만히 놔두라고 했다. 사이버펑크는 1인칭 FPS 게임이라 꽤나 어지러운 게임이다. 탱크 탈취를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조용해서 보니 y는 잠에 들었다. 숨죽여 미션을 수행하다, 갑작스러운 전투가 발생해서 총을 쏘기 시작했다. y가 기다리던 전투가 시작되었는데 y는 '시끄러워 들어가서 잘래'라고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TV소리를 1로 줄이고 조용히 임무를 마무리 했다. 

 

큐티폴 수저세트

 최근에 구매한 제품으로는 큐티폴 수저 세트가 있다. 이런데 관심없는 y는 10번정도 사도 되냐고 물어봤고, 요즘 여자들은  이걸 많이들 쓴다고 했다. 주변에 좀 물어보니 수저 가격에 뜨악하는 사람반, 아 그거 알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사람이 반이었다. 도대체 무슨 수저가 이리... 아무튼 수저는 잘 도착했고, 몇번 사용해봤는데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으로는 예쁘고 특이하다. 단점으로는 가격이 비싸고, 젓가락질을 하기 쉽지 않으며, 수저는 지나치게 크고 둥글어서 한입에 '왕~'하고 넣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있다. 

 

큐티폴 고아 화이트골드 디너 수저 2인조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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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수저세트를 포르투갈에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서양에도 스푼은 있지만, 한식에서 쓰는 숟가락과는 그 쓰임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젓가락을 보라. 마치 콤파스를 연상시키는 뾰족함은 정석 젓가락질을 하지 않고서는 음식을 쉽게 잡기 어렵게 되어 있다. 포르투갈인들이 젓가락질을 얼마나 해봤겠는가. 생각해보면 저건 젓가락 용도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고기를 고정하고 찌르고 꽂는 용도로 만들었는데 한국에서는 젓가락으로 활용되고 있을지도. 아무튼 큐티폴에 작은 불만이 있었지만, y의 행복한 모습에 나중에 나이프와 포크도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