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 노래 - 김훈, 소리에서 찾는 진리

<강산무진>, <칼의 노래>에 이어 세 번째 읽는 김훈 작가의 소설이다. 김훈 작가에 대한 소개와 칼의노래는 이전 포스팅에서 확인 가능하다.


2018/01/16 - [책 리뷰] - <칼의 노래> 인간 이순신의 숨결_한국소설 추천


 <현의 노래>는 <칼의 노래>이후 나온 작품으로 역사소설이다. 칼의 노래는 이순신을 다뤘다. 현의 노래는 금을 다루는 가야의 악사 우륵의 이야기이다.  



 이순신 장군은 워낙 유명하다. 드라마, 소설, 영화, 그래픽 노블에 이르기 까지 이순신장군은 나에게 친근했다. 그에 비해 현의노래의 주인공 '우륵'은 나에게 생소했다. 칼의노래에서는 이순신 개인의 내면, 인간적인 모습에 충실했다면, 현의 노래에는 '우륵'을 비롯한 당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각 인물이 동시대의 흥망성쇠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흥미롭다. 


우륵은 누구인가? 

 대가야 가실왕의 명을 받들어 중국 진(晉)의 악기인 쟁을 모방해 가야금을 만들고 12개의 악곡을 지었다.


 우륵은 훗날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제자 니문(尼文)을 데리고 신라로 귀순했고, 진흥왕 개국(開國) 원년(551년) 3월에 낭성(娘城)의 하림궁(河臨宮)에 행차한 진흥왕 앞에서 가야금을 연주해 보였다. 


 진흥왕은 우륵을 국원(國原)에 안치하고, 대나마 계고, 대사 법지, 대나마 만덕 세 사람을 시켜래, 춤을 배웠는데, 우륵이 전수한 12곡을 음란한 음악이라며 5곡으로 줄여버렸다. 우륵은 이에 분노했지만, 음악을 들어보고 나서 "즐거우나 음란하지 않고 슬프면서도 비통하지 우륵에게서 대가야의 음악을 배우게 했다. 세 사람은 우륵으로부터 각각 가야금과 노 않다"고 평하며 그들이 바꾼 음악을 인정하였다.


 한편 신라의 대신들은 진흥왕에게 "가야를 망친 망국의 음악 따위는 본받을 것이 못 됩니다."라고 가야악을 받아들이지 말 것을 간언하였지만, 진흥왕은 "가야왕이 음란해 망한 것이지 음악이 무슨 죄가 있는가. 성인(聖人)이 음악을 만드신 뜻은 사람의 감정에 호소해 법도를 따르게 하고자 한 것이다.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못 다스려지고는 음악과 아무 상관없는 것이다."라며, 결국 우륵이 전수한 가야악이 신라의 궁중 음악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출처 : 위키백과>


 우륵은 소리를 내는 사람이다. 금으로 소리를 만든다. 금은 연주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다. 야로는 대장장이이다. 농기구를 만들었으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병장기를 만든다. 야로의 병장기에는 주인이 없다. 쥐는 사람 쓰는 사람이 주인이다. 그는 병장기를 만들어 신라군에게도 가야군에게도 보급한다. 그의 병장기는 나라의 갑옷과 무기들을 분석하여 점점 발전한다. 이사부는 무장이다. 신라의 뛰어난 무장으로 신라의 영토를 넓히기 위해 가야를 침공한다. 그의 전쟁은 끝이 없어 보인다. 


 각각 소리와 쇠 그리고 칼로 살아가는 인상적인 인물들은 시대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소리로 살아가는 우륵에게 나라와 정치, 전쟁은 크게 중요치 않다. 그에게는 소리가 중요하다. 소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사는 것 자체를 중시한다. 그는 고을을 오가며 고을의 소리를 담으라는 가야왕의 명령을 받고 가야의 소리를 모은다. 


 대장장이 야로는 쇠로 살아간다. 그는 우륵이 소리로 살아가듯 병장기를 만들어 자신의 쇠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는 것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에게 가야의 멸망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결국 몸을 신라에 의탁하려한다. 자신의 쇠가 더 잘 쓰일 곳으로 그는 향한다. 


 무장 이사부는 칼로 살아가는데 그는 영토를 넓히고 승리를 위해 산다. 그에게 우륵과 야로가 의탁 했을 때 이사부는 소리만을 살린다. 쇠는 정복할 수 있지만 소리는 정복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소설은 가야의 멸망과 신라의 부흥기를 보여 준다. 순장하는 가야의 장례문화가 인상적이다. 가야의 국가형태, 고을마다 왕이 존재하고, 군대가 존재하는 것이 독특했다. 신라는 중흥기를 맞이하는 시기다. 영토를 넓히기 위해 가야를 침공한다. 


 이야기는 가야가 멸망하면서 이야기는 절정을 이루는데, 각 인물들이 격변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소리를 지키려 금을 포기하고 도망가는 우륵, 쇠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숨겨두고 신라로 도망가는 야로, 자신의 군대 유지를 위해 수 많은 목숨을 죽이는 이사부의 모습을 보고 나 스스로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묻게 되었다. 


 역사소설이지만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삼국사기 외에 사료가 부족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훈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을 실감나게 묘사함으로서 그 시대를 생생하게 보고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결국 우륵이 금을 버리고 신라로 건너가 남겨놓은 가야고을의 열 두 곳의 소리는 12현의 악기로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게 된다. 


<가야금 연주자 김진경님>


 전부 아는 단어. 읽기 쉬운 단어로 처음보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김훈작가의 역량에 감탄을 하며 읽었다. 문장에 감탄하다 이야기에 감탄하고 이야기에 감탄하다, 그 깊이에 놀라게 되었다. 나는 어떤 소리를 만들기 위해 세상을 살고 어떤 소리를 남기게 될지 생각에 빠졌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