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우산 - 황정은, 묵자의 세계를 살아가는 자세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얼마전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시상식 수상소감에서 마틴스콜세지의 말을 인용했다. 수상을 하면서 자신의 우상에게 존경의 의미를 보내는 그의 행동도 멋있었지만, 마틴 스콜세지의 문장이 내 뒷통수를 후려쳤다. 저 인용구를 듣자마자 번뜩 얼마 전 읽었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일의 기쁨과 슬픔>이 생각났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얼마나 창의적인지, 잘 보여주는 책들이라고 생각되는데 오늘 읽은 <디디의 우산> 또한 마찬가지다. 




 작가는 황정은. 이미 많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15년차 작가다. 한국일보 문학상, 이효석 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나는 이번 소설 <디디의 우산>으로 처음 황정은 작가를 알게 되었다.

 

 <디디의 우산>은 책 제목인 <디디의 우산>과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두개의 작품이 담겨 있다. d의 삶을 그린 디디의 우산, 화자인 나와 서수경, 그리고 동생 김소리와 조카 정진원의 이야기를 다룬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개인사를 다룬다. 


 디디의 우산은 d와 dd가 어릴적 이야기로 시작한다. d의 상실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d는 무의미하게 겨우겨우 하루하루 버티다. 월세도 밀린다. 고시원에 틀어박혀 칩거하다 세운상가의 택배원으로 일하게 된다. 자신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그 곳에서 묵묵히 노동을 하며 삶을 허비한다. 그러던 중 세운상가의 오디오 수리장인 '여소녀'를 만나게 된다. 


 디디의 우산의 배경에는 세운상가의 재생사업과 세월호 사태가 등장한다. 중요한 두 사건을 배경으로 d의 개인적 아픔이 얽혀 소설은 다소 무겁게 흘러간다. 나는 세운상가 재생사업을 좋은 사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금 찔렸다. 아무래도 상실이라는 무거운 주제. 격변하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조금씩 나아지려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따듯하게 느껴졌다.  

 

 책의 두번째 소설은 디디의 우산과 마찬가지로, 격변하는 시절의 중요한 사건들을 다룬다. 주인공인 '나'는 소설을 쓰려고 하지만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다. 그런 미완의 작가인 나는 20년째 '서수경'과 동거하고 있다. 소설은 주인공과 서수경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일상적, 상식적이라는 단어가 주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디디의 우산에서와 마찬가지로 현대사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위와 변화를 경험하는데 d와는 다르게 주인공들은 혁명적 활동에 당연하게 참여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문을 읽으며 이야기는 마무리 되는데, 이 이야기에서도 약간 부끄러움을 느꼈다. 


 디디의 우산에서는 무관심에,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에서는 소극적 참여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두 이야기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속에서 사회의 중요한 사건을 등장시키면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런 소설도 있구나, 아니. 이런 소설도 필요하다. 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작품이었다. 개개인의 삶은 너무나 소중하고 중요하다. 묵자의 세계에 살고 있는 나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큰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