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개 - '이언 매큐언, 우리 부부 이대로 괜찮을까? 부부갈등의 시작과 끝

 이 소설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 읽으면서 빠져든 것과 다르게 후반부에는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복잡하고 철학적인 이야기가 읽는 내내 난색을 표하게 했다. (그만큼 똑똑해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검은개는 얼마전 알라딘 중고서적에 방문하여 구매했다. 책의 제목은 블랙독. 블랙독은 검은색 개를 입양을 기피하는 블랙독 신드롬에서 나온 말로, 정신적으로 우울하거나 불안한 상태를 이야기한다. 영국의 총리 처칠은 평생 블랙독과 살았다며 우울증이 항상 있었다는 이야길 했다. 블랙독의 의미와 상관없이 나는 레드제플린의 곡 블랙독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리고 이언매큐언의 속죄가 굉장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읽기로 결심했다.


 작가는 속죄로 유명한 이언 매큐언. 현대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내면의 욕망과 무의식, 도덕, 종교 등 답이 없는 주제를 적절하게 잘 풀어낸다. 그의 대표작 속죄에서는 한 소녀의 어이없는 오해에서 시작된 일이 돌이킬 수 없는 사건들로 커가는 것을 잘 표현했다. 꽤나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줄거리는 준과 버나드의 삶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준과 버나드는 서로 반해 결혼한다. 그들은 정치적 신념도 같다. 그러나 둘은 신혼여행지에서 검은개와 마주하며 차이를 느끼게 된다. 검은개는 악이기도 하고 영적인 무언가 이기도하다. 준은 한 시골길에서 검은개 두마리를 마주하게 되는데 그 경험에서 준은 버나드와 완벽하게 다른 가치관과 사고를 갖게 된다. 둘은 사랑하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채 살아가게 된다.  


 앞서도 언급했듯 읽으면 읽을수록 깊어지는 이야기, 삶의 내면을 다루는 깊이 덕분에 얇은 책이 굉장히 두꺼운 책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이런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를 검은개 두 마리를 활용하여 풀어나가는 전개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소설의 화자는 제러미. 그는 조실부모하여 부모에 대한 애착이 없는 인물이다. 제러미는 부모에게 받아야 하는 애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친구의 부모님과 일부러 교류를 한다. 소설에서는 뻐꾸기 노릇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일부러 친구가 없는 걸 알면서도 친구의 집에 방문한다던가 하는 것이다. 제니와의 결혼을 통해 장인장모가 생긴 제러미는 노 부부의 삶에 흥미를 느낀다.


 이야기는 부부의 가치관에 대해, 둘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된 검은 개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1.

 제니의 부모, 준과 버나드는 공산주의자로 정치적 신념까지 같은 천생연분 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준이 검은 개와의 조우를 통해 사상과 가치관이 변해버리면서 둘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백혈병으로 요양원에 입원한 준을 찾아가 그녀의 회고록을 작성하고자 한다. 준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회고록을 작성해 나가는 제러미. 어느날 준이 죽게 된다. 

 

#2.

 시간은 흘러 독일이 통일하는 시점으로 넘어간다. 그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기위해 버나드는 제러미와 독일로 떠난다. 독일 곳곳을 다니며 제러미는 버나드의 입장을 듣는다. 철저하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버나드는 검은 개 사건으로 변한 준에 대해 제러미에게 이야기 한다. 


#3.

  다시 시점은 과거. 준과 버나드가 신혼 여행을 떠나서 겪은 이야기에 대해 다룬다. 둘은 전쟁을 겪은 프랑스에서 신혼여행을 시작한다. 자원봉사를 하며, 도보 여행도 하며 행복하게 지내던 둘에게 검은개 두 마리가 등장한다. 곤충학자인 버나드가 신기한 애벌레를 스케치 하는 동안, 준은 열심히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거대한 두 마리 검은개와 맞닥뜨린다. 죽음의 그녀는 공포에 휩싸이고 버나드를 찾지만 버나드는 길에서 보이지 않는다. 돌과 칼로 자기방어에 성공하는 듯 했으나. 결국 넘어져 물리기 일보직전, 알수없는 광채에 휩싸여 검은 개를 물러나게 한다. 그 경험으로 준은, 선과 악. 그리고 어떤 초월적인 존재에 대해 믿게 된다. 

 

 복잡하고 폭넓은 이야기. 양극단의 대립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은 대단하다. 


 좋은 문구들 좋은 표현이 가득하다. 나는 책을 읽다 인상적인 문장이 나오면 핸드폰으로 촬영을 해놓는데 거의 모든 장을 찍어도 좋을 만큼 통찰력 있다. 


 끊임 없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데, 독자가 객관성을 유지하도록 부모와의 애착형성에 실패한 제러미라는 화자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인상적이었다.


 준과 버나드의 인터뷰 이후 제러미의 머리속에는 준과 버나드의 두 가지 이야기- 선과 악, 이성과 감성, 경험과 직관, 무신론과 유신론의 대립이 벌어진다. 이런 대립은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고민해야하는 문제들이다. 작가는 검은 개의 존재와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