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리버풀
리버풀이 30년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중학교 시절일까. 케이블 티비가 보급되기전 플스가 있던 친구집에서 우연히 축구경기 영상을 봤다. 엄청 왜소하고 엣되보이는 영국인이 긴 롱패스를 가볍게 받아 수비수를 가볍게 제치고 반대편 포스트를 노린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마이클 오웬이었다. 지금은 오언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그땐 오웬이였다.
자기보다 두배는 커보이는 거구의 선수들 사이에서 소년같은 몸집과 얼굴로 상대팀 선수를 절망에 빠뜨리던 '원더 보이'를 마주하고 리버풀 팬이 되었다. 내 콥의 역사는 그때 부터였다.
당시에는 위닝일레븐이 유행하면서 누구나 자신의 해외리그팀이 하나씩 있었다. 영국에는 아스날 이탈리아에는 유벤투스 라던가, 국가별로 있는 경우도 있고 세리에A, 라리라, EPL을 두고 어느 리그가 더 좋은리그인지 입씨름을 한 기억도 있다. 그렇게 청소년 시기에는 스스로가 축구선수도 아니고, 국내 축구에는 관심도 없었으면서 이역만리 타지의 팀을 응원했다.
내가 좋아했던 리버풀은 당시에도 토넌먼트의 강자였다. 장기적인 리그전에서도 강팀이었지만 꼭 겨울 후반에 무너지기 일수였다. 항상 우승이 목표인 리버풀이 좋았다.
나이가 들면서는 팀의 역사, 도시의 별거 없음, 팬들의 열정에 그곳에 한번쯤은 가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에 올라갔다. 혹자는 '쉬이 유럽여행 한번 갔다오는거 뭐 어렵다고'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리버풀'에 방문하는 것은 나에게는 유럽여행 한번 갔다오는 것과는 전혀 다른(감정적) 문제였다.
그렇게 나이가 들고, 이제는 유럽의 축구리그를 보는 것이 지겨워질 때 쯤에도 리버풀의 목표는 우승이었다. EPL출범이후 1부리그 우승이 없던 리버풀은 내가 팬이 되었던 10대 초중반이었던 그당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승을 목표로 뛰어왔다.
아깝게 2위, 최다 승점 2위 등 진기명기를 보여주었지만 29전 30기의 자세로 결국 올해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또한 리버풀 다웠다. 무패로 잘 나가다. 코로나19사태로 리그가 중단되느니 마니 하는 이야기가 오갔고, 주변의 숱한 조롱들과 놔버린 기대들로 미적미적. 그리고 2경기만 승리하면 되는 게임에서 맨날 이기던 팀은 비겼다. 그리고 승점 2점을 앞두고 뒤쫓아오던 2위팀이 패배하면서 어이없게도 자신이 낸 성과임에도 누군가 얻어준 성과처럼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코로나 19로 그럴듯한 세레모니를 하지 못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30년만의 우승이지만 도시의 시민들은 모이지 못한다. 어깨동무를 하고 힘껏 노래를 불러야하는데 메인 응원가인 You'll Never Walk Alone 에서 Never가 빠지게 된격 아닌가.
이번 시즌 리버풀은 단 1패만을 기록 중이다. 그리고 3개의 컵을 들어올렸다. 우승까지 5년이 걸렸다. 아직 7경기가 남아있고 리버풀은 PL 최다 승점 우승을 노려볼 수 있게 되었다.
아무튼 리버풀. 우승해서 좋다. 언젠가 내가 리버풀에 방문하게 된다면. 안필드 투어에서 이제 우승기록에 PL우승 1회가 기록되어 있겠단 생각을 하면 가슴이 설렌다. 이제 맨유팬, 아스날팬, 첼시팬들을 조롱하러 떠나야지.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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