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일기 #16. 약 10개월만의 수영

  수영장 천장이 무너져 보수공사로 20일간 문을 닫기로 결정되고 공사가 진행되던 사이 코로나 19가 터졌다. 코로나 19로 수영장은 전면 폐쇄 되었다. 시간이 흐르던 도중 나는 쇄골이 부러졌고(죽기 직전 주마등처럼 지나갈 한 장면이 될 사건이다.) 어깨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사이에 수영장은 개방했고, 나는 어깨 치료를 받고 어느정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재활을 목적으로 수영장을 다시 방문했다.

 

 코로나 이전의 수영장을 생각해보면 한 겨울에도 한 레인에 열댓명이 줄을 서서 수영을 했다. 운동량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적당한 운동량 이었다. 

 

 오랜만에 재 방문한 수영장은 완벽하게 같았다.(도대체 어딜 공사한 것일까!) 10개월이 지났다. 사우나는 코로나19 때문인지 폐쇄되어 있었다. 수강생은 레인당 1-2명이 있었다. 지금 수영장에 가면 개인강습급으로 레슨을 받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으나, 보통 상급반 초급반을 나눠서 봐주던 두 명의 강사에서 한 명으로 줄어 전체 수영장을 관리하면서 수강생 1인당 관심받는 시간은 같았다. 나는 '또 강사가 바뀌면 어쩌나' 싶었는데 기존에 강사선생님이 계셔서 다행이었다. 쉬는동안 그는 옆구리에 작은 문신 하나가 추가 되었다.

 

 

 레인에 사람이 없어서 좋은 점은 사람에 막힐 일(앞사람과의 속도 차이 덕분에 내가 멈춰야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인데, 단점은 뚫려있다고 내가 맘 것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죽어라 가면 죽어라 돌아갈 일만 남았다. 체력이 엉망진창이었다.

 

 영법들은 말할 것도 없다. 어깨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자의 수영이란 정말 볼품 없다. 초라하게 느껴졌다. 상체근육은 알게 모르게 축축 쳐졌고 배는 툭 튀어나왔으며 안그래도 가는 팔은 더더욱 앙상해 보였다. 그래서 조금 비참한 느낌도 들었다. 나이가 들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나 물에 들어가면 모든 것을 잊게 된다. 물속은 좋다. 수십번도 더 말했던 물속에서의 평안함. 물속에서 오는 고요한 자유로움은 수영 실력과는 상관없이 얻을 수 있다. 

 

 지난 1월과 달라진점은 내 몸 상태 말고 또 있다. 1월에는 뚜벅이로 약 15분에서 20분가량 되는 거리를 걸어다녔으나, 이제는 애마 방개가 함께 한다. 차로는 수영장까지 3-5분이면 도착한다. 걸으며 보냈던 왕복 30분이 10분이내로 줄었다. 차의 편리를 왜 안누리고 살았을까! 단축된 20분의 시간을 알차게 쓰진 못하는 것 같다. 주차장에 주차하고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차문을 잠갔는지 까맣게 잊는다. 그래서 주차장을 다시가서 차를 잠갔는지 확인한다. 여기에 걸어서 소비된 20분이 소비된다.

 

 얼마 전 일준의 회사 선배가 고데기 코드를 뽑고 땡땡!이라고 입으로 소리내서 자신이 고데기 코드를 뽑았음을 기억한다는 행동치료적인 방법을 소개해줬다. 그 이야기가 떠올라서 나도 앞으론 삐삑!이라고 차를 잠그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아무튼 그렇다는 이야기다. 삐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