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일기 #11. 평영 손동작, 접영을 퍼덕거리다.

 감기에 걸렸다. 처음에는 그냥 비염인 줄로 알고 수영장에 갔다. 감기인 줄 몰랐는데 감기였다. 수영하면 감기에 안 걸린단 이야기도 거짓인 듯하다. 애초에 감기인 줄 알았다면 수영을 쉬었을 텐데 가을 찬물에 들어가 감기가 악화됐다. 그렇게 2주를 쉬었다. 한창 평영 손동작을 배울 단계라 너무 아쉬웠지만, 내 몸을 위해 그리고 다른 수강생들을 위해서 푹 쉬었다. 혹시라도 감기인데 수영갈지 말지 고민하시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푹쉬고 가라고 해주고 싶다. 감기에 저체온은 최악이다. 


  2주를 쉬고 수영장에 다시 갔다. 정말 귀찮고 가기 싫었지만 또 막상 물에 들어가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직도 내 자유형은 허우적거렸고, 배영은 가라앉았으며, 평영은 발로만 찼다. 아직 손이 없는 개구리처럼. 


 

 재등록 이틀째 같은 진도를 나가던 수강생들은 이미 평영 손을 배웠다. 하긴 2주나 흘렀으니 안 배우는 것도 웃기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 발차기를 열심히 했다. 수영강사님이 손 모양을 몇 번 잡아주더니 그냥 해보라고 했다. 얼추 되는듯했으나 손동작을 하면 거의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그냥 발차기만 하고 고개만 들어 숨 쉬던 때가 나았던 것 같다. 그렇게 손동작 한 번에 배가 바닥에 닿는 상태까지 떨어지고 다시 발차기 두어 번 꾸역꾸역 차고 물 위에 떠 오르고 다시 손동작 한 번을 반복했다. 이상했다. 숨을 더 잘 쉬기 위해 손동작을 하는데 왜 바닥으로 내리박힐까. 내 모습을 보던 코치님은 팔 동작이 너무 커서 가라앉는다고 했다. 뭐든지 크면 무거워서 내려가는 걸까. 욕심을 버리고 살아야겠다(?) 



 교훈을 발판삼아 손동작을 최대한 작게 하려고 했는데 잘 안된다. 참 어려운 수영이다. 그리고 손동작과 발동작의 타이밍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게 어렵다. 손을 해서 가라앉으면 발동작을 할 때 좌우 균형이 안 맞는 일이 발생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하는데 재미있다. 역시 나는 평영이 젤 잘 맞는 거 같다. 자유형도 재미있긴 한데 호흡을 하지 못하고 하는 척만 하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다. 어쨌든 평영 연습을 재미있게 하고 있는데 갑자기, 강사가 접영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배를 앞으로 내미는 걸 연습 시키더니 그걸 물과 수평을 이룬 다음 해보라고 했다. 


 나는 직감적으로 이건 글렀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글렀다. 앞의 잘 차는 사람들은 부드러운 웨이브를 그리며 물을 차고 나아갔는데 나는 한 마리의 민물새우 같았다. 그것도 물 밖으로 나온 민물새우. 



 민물새우 열 번에 너무 꼴사나워서 부끄러웠다. 발로 꾹꾹 누르라는데 애초에 물에 뜬 상태로 엉덩이를 들었다. 배를 내미는 동작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건 내년에나 되겠다는 농담을 주변 어머님들과 하고는 다시 평영에 몰두했다. 


 확실히 수영은 평영이다. ^^.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