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스카이 라운지 - 호텔 디너

  여자친구 덕에 호강했다. 호텔 스카이 라운지 코스 요리는 처음 먹어본다. 어느날 y가 동생의 생일이라며, 동생 남자친구와 식사를 할 예정인데 함께해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나는 언젠간 보게될 사이. 좋은 날에  같이 보면 좋겠다 싶어서 조금 부담스럽지만 알겠다고 했다. y는 신경쓰였는지 몇 번이고 괜찮냐고 물어봤다. 나는 괜찮다고 답했지만 조금은 아니었다. 나는 초면인 사람들을 불편해한다. 하지만 더 초면인 사람보다 더 신경 쓰였던건 바로. 식사메뉴와 장소였다.

 식사를 하기로 한 곳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스카이라운지! 코스요리는 영화나 귀족예절 시간(?)에 배웠던 그런 곳에서 나오는 식사인데, 실제로 경험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y에게 장소가 부담스럽다고 하자 왜 안 다녀봤냐고 이참에 가보자고 적극 격려 해주었다. 포크와 나이프가 몇개나 나올지, 정말 기대 되었다. 

 

 시간이 흘러 행사 당일. 긴장된 마음으로 전날 산 새 바지와 잘 다린 리넨 셔츠를 입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y를 픽업했다. 긴 - 검정 원피스를 입고 나왔는데 하얀 피부와 잘 어울렸다. 식사 시간은 6시 30분 우리는 서울숲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가 코엑스에 가기로 결정했다. 서울숲은 주차할 곳이 물론 없었고, 갤러리아 포레에 주차를 한 뒤 카페에 갔다. 일요일 낮의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서울숲은 북적거렸다. 우리는 마치 근처 결혼식장에 왔다가 산책을 하는 사람들 처럼 보였다. 

 

 

 갈 시간 되어 서울숲 뒷편의 꽃집에서 y의 동생을 위해 꽃 한다발을 샀다.

 

 

 차를 몰아 호텔 주차장에 도착했다. 코엑스 주차장과 호텔 주차장은 입구가 다르다. 네비에 찍으면 친절하게 알려준다. 지하 주차장에서 로비로 올라갔다. y의 동생 커플은 로비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나보다는 무려 8살이나 어린 커플은 참 귀여웠다.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30F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귀가 먹먹해졌다. 참 기술이 좋다. 순식간에 30층에 도착한 우리는 안내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 스카이 라운지는 '여기 고급스러움이 모여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듯한 장식들로 가득했다. 신기함과 설렘이 가득이었다. 

 

 

 뷰는 물론, 한강이 보였다. 바로 옆에 건물이 시야를 방해했지만 충분히 멋진 뷰였다. 창가로 쭉 늘어진 테이블과 넓직한 자리가 인상적이었다. 직원분들이 의자를 빼주고 밀어주고, 테이블에 놓인 천을 무릎에 올려주었다. 약간 부끄러웠다. 대접받는 느낌. <어린이라는 세계>의 작가님이 주 고객인 어린이들이 독서교실에 오면 겉옷을 받아주고 입혀준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그 어린이들은 이런 대접에 나처럼 반응하진 않겠지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넓은 테이블과 편안한 의자, 한강이 보이는 뷰와 친절한 점원, 고급스러운 장식이 이곳이 호텔 스카이라운지라는 걸 오감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코스를 뭐라뭐라 설명해주었는데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메인으로는 나는 양갈비를, y는 등심을 골랐다. 

 

<웰컴 브레드>

 

 웰컴브레드로, 트러플 버섯향이 가득 담긴 빵과 버터가 나왔다. 입안에 향긋함이 화아앗 하고 퍼졌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엄청 어색하고 서로 면접을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으나 맛있는 음식을 먹자 곧 입도 풀렸다. 

 

1.

<방어와 도화새우> 

 

 맛있었다. 웨이터분들은 그릇에 담긴 것만 먹으라고 조언해주었다. 아래 소라껍질은 먹을 수 없는 것임을 '분명하게' 말해주었다.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토마토 셔벗>

 마늘로 만든 젤라틴과 토마토 셔벗, 직접만든 리코타 치즈와 샐러드. 전부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 눈물 흘렸다. 속에 검은건 캐비어, 빨간건 뭐였더라. 아무튼 진짜 맛있었다. 

 

<돼지고기삼겹살과, 말린배, 제주 랑구스틴, 복숭아> 

 돼지고기에 딱새우(랑구스틴) 말린배다. 동파육을 복숭아 소스로 맛을 낸 느낌이랄까, 이건 신기했지만 엄청 맛있는 느낌은 아녔다. 

 

<파스타>

 전복과 캐비어가 들어간 크림파스타. 빨간건 초리조 라는 건데 처음 먹어봤다. 매콤하니 파스타의 느끼함을 잘 잡아주었다. 진짜. 맛있었다. 꿀꺽.. 1접시 더달라고 할뻔.

 

<메인 양갈비>

 

 애정하는 양갈비다. 미디움레어로 부드럽게 익었다. 옆에 나오는 애호박은 쥬키니 라는 종류의 호박이다. 이것도 맛있었다. 평소에 비린내가 나서 양갈비를 못먹는다는 친구는 호텔 양갈비는 먹을 수 있다고 했는데 뭔가 다르긴 다르다. 정말 부드럽고, 잡내 없고, 녹는다. 

 

<디저트>

 

 디저트에 레터링서비스도 해준다. 미리 신청해야하는데 사진이 없다. y의 동생 접시에는 happy birthday라고 적혀있었다. 디저트는 커피와 차 종류가 준비되어 있다. 생전 처음먹어보는 종류의 달고 고소한 것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도대체 뭐였을까 그 말캉하고, 달달한 것은.

 

<케잌>

 호텔에서는 생일이란 소리에 몰래 케잌을 준비해주었다. 너무 놀랐다. 잘 포장해서 집에가서 먹는 것으로 했다. 

<야경>

 

 잘 먹고 잘 - 놀았다. 주차는 4시간까지 무료. 우리는 여기저기 서서 다시 못 올 사람들 처럼 인증샷을 찍었다. 먹으면서 중간중간 아 이래서 돈을 벌어야 되는구나 하는 말을 했다. 세상에 안 먹어본 음식이 없는 줄 알았는데 완벽하게 처음 먹어보는 맛들이 가득했다! 고급호텔 요리에 부담이 있었는데 먹어보니 종종 와서 먹어도 좋겠다 싶었다. 

 

 사진을 찍고 엘리베이터를 탓다. 시간이 애매해서 다음에 또 보기로 하고 서둘러 안녕했다! 참 신기하고 고마운 하루였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