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저스티스리그 스나이더컷 '아하! 원랜 이렇게 만들려고 했구나!'

 솔직히 잭 스나이더가 감독을 한다고 했을때 탐탁치 않았다. <맨오브스틸>을 재미없게봐서 그럴 것이다. 역시나 <배트맨 vs 슈퍼맨>도 풍기는 분위기에 비해 결과물은 노잼이었다. 그래서 저스티스리그는 기대도 안했는데 설상가상 제작사와 갈등 등으로 감독이 중간에 교체되었고, 영화는 번쩍거리고 아름다운 이 만들어졌다. 


 마블의 실사 영화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에 DC코믹스를 좋아했던 나는 이상한 기대감에 가득찼다. 주변에 DC가 훨씬 깊이있고 간지 터지니까 무조건 흥행할걸 이라고 호언 장담하며 기다렸다.

 

 

 그들은 그린랜턴의 실패를 기억하고 있고, 배트맨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DC Extended Universe 영화들이 하나 - 둘 아쉽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쉬운 와중 배vs슈가 어머니 논란을 일으키며 망하고, DC유니버스의 최대 흥행작이 맨오브스틸? 원더우먼 - 아쿠아맨(사실 뭐가 최대 흥행작인지 모른다. 샤잠인가? 나는 그린랜턴이 제일 나았던거 같다) 이 될줄 누가 알았겠는가.

 

 

 축구를 보다보면 시즌 중반 모종의 사유로 감독교체 되는 경우가 있다. 교체된 감독은 시즌 종료까지 이전 감독이 꾸려놓은 팀을 가지고 가면서 다음 시즌을 조심스럽게 대비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급진적으로 팀 전체를 뜯어 고치는 매우 위험한 도박을 하게 되는데 조스 웨던이 매우 위험한 도박을 했다.  영화가 거즘 다 완성 되어가는 과정에서 조스 웨던 감독으로 교체는 좋은 판단이 아니었다. 영화는 역시나 참패.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보지말 것을 권했고, 나는 봤는지 안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내가 봤는지 안봤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스나이더컷에 대한 이야기가 돌았고, 그것을 보게되었다. 이미 1시간 50분으로 망해버린 번쩍번쩍거리는 핵노잼 영화의 4시간 분량 버전. 저스티스리그 스나이더컷. 사실상 기대가 없었다. 4시간을 버리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다. 굳이 관에 들어간 영화를 다시 꺼낼 필요 있을까. 비율도 4:3 비율. 괴상했다. 하지만 결국 보기로 결심했는데 DC코믹스에 대한 내 애정을 전부 끌어 모았다. 

 



 4시간 분량의 영화는 파트를 적절히 나눴고 석연치 않지만 스토리도 잘 이끌어 냈다. 개연성이 없다고 평가받던 작품을 두 시간 분량을 더 늘려 개연성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반짝거리기만하고 이상하던 액션신은 괴상한 비율에 적합했나보다. 처음엔 90년대 티비를 다시 보는 것처럼 어색했으나 곧 익숙해졌고 나름 엄청난 몰입을 이끌어 냈다. 

 

 

 액션신도 훌륭했고 기존에 맘에 안들던 캐릭터들 설정이나 캐스팅은 어쩔 수 없지만 꽤  후속작이 기다려지는 작품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스나이더 버전의 후속작은 없을거라고 한다.)

 

 

 기존작 보단 100배 낫지만, 기존 DC작품에 애정이 없다면 재밌게 보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흑백 버전으로 다시 볼 생각이다.

 

 지구 내버려둬 이놈들아.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