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_더 레슬러 '세월이 슬프다'

 슬펐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슬펐다. 더 레슬러는 세월의 슬픔에 대한 이야기다.

 감독은 대런 아로느프스키. <파이>,<레퀴엠>,<천년을 흐르는 사랑> 등 을 연출했고 각기 다른 장르에서 독창적인 연출로 인정받고 있는 천재 감독이라고 한다. 나는 더 레슬러로 초면이다. 더 레슬러는 과거 미국의 최대 엔터테이먼트이자 쇼 비지니스였던 프로레슬링을 다룬다.


더레슬러 줄거리

 왕년에 잘나가던 랜디 "더 램"로빈슨. 랜디는 레슬링 전성기 최고의 스타였다. 그의 액션피규어와 그가 주인공인 게임이 만들어 질 정도. 그러나 이제 나이가 들어 마트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동네를 돌며 작은 레슬링단체의 선배역할을 하고 있다. 술을 마시고, 렌트비가 없어 살던 트레일러에 들어가지 못하고 가족도 없어서 외로움을 달래러 스트립바에 간다. 

 

 그렇게 미래가 암담해 보이는 상황, 자신의 전성기에 함께 열연했던 악역과 20년만에 리매치 경기를 하기로 결정한다. 실낱같은 희망을 본 랜디는 몸을 만들기 위해 각종 스테로이드와 호르몬제를 투약하다. 심장마비가 온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랜디는 레슬링을 잊고 현실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빛났던 만큼 슬픔도 더했다. 낡은 트럭을 모는 왕년의 TV스타. 랜디역을한 미키루크의 모습과도 오버랩 되어 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인상깊은 장면이 많다. 스토너를 읽을때도 이런 기분이 들었던거 같은데 아무래도 세월의 무상함 같은 걸 다루는 이야기가 내 감정을 건드는 무언가가 있는 듯 하다. 


 감독은 실감나는 장면을 위해 '진짜' 프로레슬링을 했다고 한다. 관중들을 초대하고 미키루크는 관중들 앞에서 레슬링을 펼쳤다. 장면을 컷컷 찍은게 아니라, 실제 경기를 펼쳤다니! 미키루크는 관중들을 흥분시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 당시 레슬링 경기가 종료되고 조연으로 출연한 프로레슬러들은 대기실로 돌아오는 미키루크의 경기에 감동받아 기립박수를 쳐주었다고 한다. 


 캐시디와의 관계가 인상적이었다. 캐시디는 랜디가 외로움을 달래러 가는 스트립바의 늙은 여종업원이다. 전성기가 지난 그녀에게 특별함을 느낀다. 극이 진행되면서 둘간의 미묘한 감정변화가 인상적이다. 심장마비 이후 랜디 '더램' 로빈슨에서 로빈 램진스키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캐시디 또한 자신의 본명 팸으로 돌아와 서로의 현실을 품으려고 애쓴다. 퇴물레슬러와 늙은스트리퍼. 이야기는 로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랜디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링에서 몸을 날리는 랜디를 마지막으로 비춰주며 끝이 난다. 감독이 말하려는 건 무엇이었을까. 


더레슬러 80년대 음악

  80년대 락음악이 인상적이다. 밴드음악의 화려함 만큼 반비례하여 랜디의 현실이 비참해보였다. 마지막 무대에 뛰어올라가며 나오는 건즈엔 로지스의 Sweet Child O' Mine은 랜디가 과거로 돌아간 듯 신나고 경쾌한 등장씬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의 현실을 아는 우리에게 수배로 참담한 기분을 느끼게도 해준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잘만든 영화다. 요즘 사람들이 싫어하는 열린 결말이기도 하다.(내가 싫어하게 되었는지도.) 지금봐서 더 슬펐고 아쉬웠던 것 같다. 현실이 힘들고 화나고 슬퍼서 그런가, 영화속에서 만큼은 행복하길 바라기 때문일까.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이고 정말 잘 만든 영화라 호불호 없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