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왕자 - 오스카 와일드 '어딘가 씁쓸한 단편 소설들'

 오스카 와일드.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으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극작가. 워낙 많은 이야깃거리를 가진 작가 중 한명이다. 키크고 잘생기고, 유능하고 젊은 날 성공했으면서도 순식간에 온갖 추문으로 쌓은 명성을 잃고 죽었다.  

 

 

 오늘 리뷰 도서 <행복한 왕자> 1888년 쓰여진 단편 동화다. <행복한 왕자와 다른 이야기들>이라는 오스카와일드의 첫 산문집의 표제작이기도 하다. 뒤늦게 남쪽으로 날아가려는 제비가 한 도시에 세워진 왕자 동상을 만나 그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랑을 믿는 제비는 갈대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갈대는 말이 없고, 우유부단하고, 한자리에 머물려고 한다. 갈대와의 진정한 사랑에 실패한 제비는 동료 제비들이 모두 이집트로 떠난 뒤, 뒤늦게 이집트로 향한다. 

 

 

 겨울이 오기전에 따듯한 남쪽으로 나아가던 제비는 잠시 휴식을 위해 한 도시에 잠깐 머문다. 도시에는 <행복한 왕자>라 불리는 동상이 있었다. 온갖 보석으로 치장되어있는 동상은 잠깐 쉬려고 내려앉은 제비에게  말을 건내며 자신의 부탁을 하나 들어달라고 한다. 제비는 움직이지 못하는 왕자가 안타까워, 그의 부탁을 하나 들어주기로 한다.


 왕자는 자신의 보석을 뽑아 가난한 사람에게 몰래 전해달라고 한다. 제비는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그날밤 왕자를 위해 몰래 선행을 한다. 다음날 제비가 떠나려고 하자 왕자는 또 눈물을 흘리며 부탁한다. 자신의 눈을 뽑아 가난한 누군가에게 전달해 달라고 한다. 제비는 그럼 앞을 볼 수 없다며 말리지만 왕자는 마지막 부탁이라며 사정한다. 제비는 왕자의 부탁을 마지막으로 들어준다. 다음날 제비는 다시 남쪽으로 떠나려 하지만 앞을 보지 못하는 왕자가 측은해져 그의 곁에 남기로 한다. 


 결국 왕자는 자신의 모든 값나가는 것들을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나눠주고 흉물스러운 모습이 된다. 제비는 죽음을 직감하고 마지막으로 왕자에게 인사한다. 왕자는 제비가 남쪽으로 날아가는 줄 알고 안녕을 기원했지만 제비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입맞춤하고 동상에서 죽게 된다. 그 순간 왕자의 납 심장도 두동강이 난다. 도시의 사람들은 흉물스러워진 왕자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한다. 제철소장은 무슨 짓을 해도 왕자의 심장이 녹지 않자 그냥 버리기로하고 쓰레기 더미에 버린다. 

 신이 천사에게 저 도시에서 가장 값진 것 두 가지를 가지고 오라 명하고 천사는 납으로 된 심장과 죽은 새를 바쳤다. 그는 크게 기뻐하며 둘을 자신의 낙원에서 살게 한다. 


 사랑을 애찬하다가 뜬금없이 종교적으로 끝나는 동화였다. 희미한 권선징악이 특이했다. 이 소설집에 들어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도 비슷했는데 낭만적이다가 뜬금없이 허무하게 끝나기도 했고, 행복하게 끝나려나 싶다가도 안 좋은 결말로 끝내기도 한다. 기분좋은 느낌으로 읽히진 않았지만 재미는 있었다. 표제작 외<나이팅게일과 장미>, <어부와 그의 영혼>, <별 아이>가 수록되어 있다. <어부와 그의 영혼>도 꽤 재미있었다. 자신의 영혼이 필요없다며 영혼을 버리기 위해 애쓰는데 그의 영혼을 두고 교회에서는 값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고 하고, 상인들은 아무런 가치없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인상적이었다.  유미주의를 지향한다고 하고, 소설에도 그런 것들이 잘 들어난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염세와 허무, 구원에 대한 미약한 희망 같은 것이 느껴졌다. 소설집 전반이 오스카 와일드의 씁쓸한 인생사와 비슷한 것 같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