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 거야'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은 인간을 잔혹할 정도로 몰아간다. 마치 나의 야근처럼. 이직을 좋은 조건에 했다고 생각했으나, 지속되는 야근에 이게 진짜 좋은 조건이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소설 속 노인이 낚을 수 없는 물고기에 치이는 것처럼 끝낼 수 없는 일에 치이면서도 노인의 독백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거야'을 읊조리면서 철저히 패배하지는 않고 있다. (파괴는 되고있음)


노인과 바다는 읽은 줄 알았지만 읽지 않았던 그런 소설들 중 하나였다. 꼭 읽고 싶었는데 마침 구매했던 열린책들 35주년 기념판에 들어있었고 20권의 책 중-단편 소설들 중 첫번째로 뽑아들게 되었다. 멋진 외형을 지닌 이 책은 마치 미국 책처럼 책이 가볍고, 종이에 여백이 거의 없었다. 들고다니면서 읽기 딱 좋은 사이즈라 들고다니면서 행복감까지 느껴졌다.

줄거리는 제목에서도 알겠지만, 노인이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이야기다. 노인은 늙고 지쳤고, 어복도 달아났다. 누구나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시기가 지나고 노인은 이제 자신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노인을 돕던 아이는 노인에게 어복이 없다고 느낀 부모에 의해 다른 배를 타게 된다. 노인은 홀로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계속한다. 어느날 노인이 감당할 수 없는 고기가 낚시바늘에 걸리고 노인은 횡재에 기뻐하며 고기와 사투를 벌인다. 의외로 근대의 이야기였다.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메이저리그가 진행중인 미국의 한 구석 어촌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며 구시대의 방식으로 낚시를 하는 노인의 이야기. 시대의 흐름은 노인의 영광을 과거로 흘려보냈다. 노인에게 남은건 깊은 주름과 경험.


노인은 소설 내내 짠하고, 짠하고, 짠하다. 과거의 빛나던 시절을 추억하는 것도 짠하고, 감당하지 못할 고기를 낚게 된 것도, 그래도 그는 항구로 돌아와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과 찬사를 받게 되는데 이것 마저도 짠하다.

나의 형제여. 난 너보다 더 훌륭하고 아름답고 침착하고 고상한 존재를 본 적이 없다. 물고기가 살아 있을 때 녀석을 사랑했고 또 죽은 뒤에도 사랑했어.

지금 시점에 딱 읽기 좋은 소설이었다. 인생의 허무함도 느낄 수 있었고, 인간의 굳건한 의지도 노인에게서 그리고 나에게서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은 파괴되어도 패배하지 않는다니. 노인이 매일 나가는 바다처럼 나도 매일 회사에 출근해서, 고기를 낚듯 키보드를 두둘기고, 성과를 올리고, 뺐기고, 싸우고, 하면서 결국 무엇이 남게 될까. 노인에게는 무엇이 남았으며, 나는 무엇을 남기게 될까! 빨리 나의 물고기가 낚였으면 좋겠다. 그래야 집으로 돌아와 쉴텐데! 미쳤다. 이게 다 무슨 소리람!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