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었다. 거의 3개월 정도? 지속된 독서였다. 이렇게 오래걸린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요즘 내 독서량이 줄었다는 것과 실철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 나름 적용시켜보자 계속 다시 읽었던게 가장 큰 이유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저자가 기차를 타고 다니며 위대한 철학자들이 머물렀던 장소에 방문해서 그들이 당시 행했던 (이상한)일들 직접 체험해보는 것을 재미있는 수필형식으로 풀어놨다. 철학이 가미된 여행기 처럼 읽힌다.
목차부터 흥미로운데 새벽 / 정오 / 황혼 이라는 큰 목차아래 '침대에서 나오는 법', '걷는 법', '보는 법', '듣는 법', '늙는 법', '죽는 법' 까지 살아가는 전반에 대해 늘어놨다. 뭐 별거가 있겠어란 생각이 들지만 철학자들이 깊게 탐구했던 방식을 저자가 '잘' 정리하여 전달해준다. '잘' 말고는 별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데 읽어보면 알게 된다.
읽으며 내용을 마치 소처럼 책 내용을 되새기고 되새기고 했는데 기억나는게 많지 않다. 체득되었길. 수 많은 인덱스와 너덜너덜한 표지만 내 되새김질을 기억하는 듯 하다. 워낙 번역도 잘 되어있어서 읽기 편했다.
-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 쾌락과 욕망에 대한 분석
에피쿠로스는 신체 감각(소화 불량)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그가 주로 언급하는 것은 더 드러나지 않는 고통, 즉 갖지 못한 고통이다. 당신이 대서양에서 잡은 자연산 왕연어 테린을 맛있게 즐겼다고 해보자(엄청난 쾌락이다). 하지만 이제 연어 테린은 다 먹고 없고, 당신은 다시 그 요리를 간절히 갈망한다. 당신은 연어 테린에, 즉 그 연어를 잡은 어부에게, 테린을 내놓은 레스토랑에, 테린을 사먹을 월급을 준 상사에게 당신의 행복을 의탁했다. 이제 당신의 행복은 연어를 주기적으로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 이게 다 당신이 불필요한 욕망을 필요한 욕망으로 착각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분석해서 욕망을 분류했다. '반드시 필요한 욕망' - 사막을 지난 후 마시는 물 한잔. '자연스럽지만 반드시 필요하진 않는 욕망' - 사막을 지나 마시는 물 한잔 후 마시는 테이블 와인 한잔. 그리고 '텅빈 욕망' - 물을 마시고, 와인을 마시고 마시는 최고급 샴페인 한병. 에피쿠로스는 마지막 텅빈욕망이 가장 큰 고통을 낳는다고 말했다. 텅빈욕망은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텅빈욕망을 반드시 필요한 욕망으로 착각해서 갈구하다보니 '나는 불행해' 하는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는거 아닐까.
몽테뉴처럼 죽는 법이나, 보부아르처럼 늙는 법은 항상 관심 있던 주제라 유익(x100)했다. 특히 죽음을 수영장에 비교해서 설명한 것. 70억 인구 누구나 가게되고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라는 표현은 정말 적절했다. 학교에서 철학을 배울땐 옛날 사람들 순진하게도 참 재밌는 생각들을 하셨군, 하고 넘어갔는데 지금 보니 정말 대단히 고차원적이고 실용적인 생각이었다. 읽으며 현재 발달된 기술들 빅데이터니, 메타버스니 하는 것들을 당시 철학자들은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했다. (그냥 인터넷 컴퓨팅에 매몰되어서 나처럼 블로거가 되었을지도..!)
위에 에피쿠로스 꼭지처럼 재미었던 부분을 잔뜩 따와서 써볼까 했는데 너무 길어질거 같아 한 꼭지만 썼다.(게을러서가 9, 길어질거 같아서 1)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철학이 멀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 열차에 타보시라! 각기 다른속도로 철학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끗-
0. 좋은 개념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쾌락과 욕망,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 늙는 것에 대한 의미 (얼어붙은 과거와 제한적인 미래), 특히 죽음에 대한 것!! 피할 수 없고 잊어서도 안된다. 수용하자.
1. 나는 니체부분이 제일 좋았다. 영원회기, 아모르파티
2. 실스마리아 지역에 대해. 니체는 건강상의 이유로 구름 한점없이 맑은 날만 연속인 스위스 실스마리아에 머물렀다. 나는 놀랍게도 실스마리아라는 지역을 알고 있었다.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의 배경이었는데, 영화에서는 엄청난 구름들이 뱀처럼 흐르는 영상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그래서 실스마리아는 어둡고 축축하고 구름 많은 지역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사실은 그냥 언제나 맑음인 지역이었다고 한다. 덕분에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를 다시보고 싶어졌다. 꽤 재미있는 영화였는데 질투, 도발, 순수, 열정, 과거, 현재가 실스마리아 지역의 엄청난 구름에 뒤섞여 혼란함을 주는 영화였다. 마지막에는 구름이 걷히면서 끝났던가. 아니던가. 가물가물.
3. 이전 포스팅에서 다룬적 있다. 안쓰려다 완독기념으로 조금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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