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나목 - 박완서
나목은 박완서 작가의 첫번째 작품이자,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알려져있다. 동아일보사에 1970년 발표되었으며,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소설은 한국전쟁의 참상을 겪은 어려운 가정에서 가장의 역할을 하는 젊은 여성이 유부남인 화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작가 박완서
한국 현대문학의 거장 중 한명. 교육열이 강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당시 딸에게 교육기회를 주지 않던 시대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을 받았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모두 경험했다. 한국전쟁에서 숙부와 오빠를 잃고 가장의 역할을 했다. 미8군 PX 초상화부에서 근무, 이곳에서 박수근 화백을 알게 되었다. 이후 호영진과 결혼하였다. 결혼 후 박수근 유작전을 보고 그에 대한 증언을 하려는 욕구로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나목 줄거리
한국전쟁이 터진 겨울, 서울이 막 수복된 직후 미8군 PX에 근무하는 주인공 이경은 PX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 옥희도를 만난다. 이경은 전쟁으로 두 오빠를 잃고 넋나간 어머니와 함께 계동에서 살고 있다. 암울한 집안 분위기에서 탈출하고싶던 이경은 남들과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은 옥희도에게 자연스럽게 끌린다. 옥희도의 집에서 말라 비틀어진 고목을 그림을 보고 옥희도의 부인을 비난한다. 하지만 먼 훗날 옥희도가 그린 그림은 죽어버린 고목이 아니라, 봄을 기다리는 나목이었음을 깨닫는다.
나목의 색채
옥희도의 처음 그림을 보고 황량함만을 찾아낸 이경처럼 소설은 내내 회색빛이었다. 글에 색이 빠져있었다. 읽는 내내 이경의 세상은 온통 회색빛이었고, 거기서 색을 가질 수 있는건 타인인 미군. 그들의 초록색, 파란색 눈, 그리고 미군들의 장난에 놀아난 파티장의 콜라 뿐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코맥 맥카시의 로드가 계속 생각났다. 아무것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계속 걷는 부자와 한 은신처에서 발견한 빨간 콜라. 박완서 작가는 색을 잘 부리는 소설가다. 마지막 장면에 창문에 흩날리는 은행잎이, 온통 회색빛이던 소설 전체에 색채를 부여하면서 얼마나 그 시절이 참담했고, 암담했는지 그리고 옥희도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준다.
계동 집과 전쟁의 잔혹함
계동 집으로 올라가는 이경의 모습은 언제나 마음을 굳건하게 먹고 용기를 충분히 가져야 돌아갈 수 있는 곳이다. 한달음에 뛰어올라가는 이경의 뒷모습. 어느 귀갓길이 그렇겠는가. 소설에서 계동에서 내려오는 모습은 없지만 꼭 계동으로 올라가는 모습만큼은 그녀의 집으로 가는 길 만큼은 남에게 보이지 않고, 기대지 않고 온전히 혼자서 올라가려는 모습. 시대가 남긴 비극을 올곧이 맞서려는 이경에게 집은 집으로써 기능과 죄의식을 자극하는 공간이다. 전쟁을 겪은 작가들의 글에서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아득한 슬픔이 느껴진다. 전쟁 - 국가간의 갈등으로 발생한 싸움으로 그 싸움에 참여하거나, 그 싸움과 무관하지만 가족을 잃는 비극을 박완서 작가는 이경을 통해 국가나, 전쟁에 책임을 묻기보다 이경의 선택에 죄의식을 줌으로써 그 잔혹함을 더욱 크게 느껴지게 한다.
정말 - 정말- 좋은 소설이다. 왜 지금까지 안읽었으며, 학교에선 왜 나목을 교과서에 싣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좋은 문장도 많고 시사하는 바도 많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 같은 소설이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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