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야 RZ67를 얻게 되었다. 사진을 전공한 친구가 페이스북 게시물로 '카메라 가질 사람?' 이랬는데 뭣도 모르고 손이라고 댓글을 달아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크기에 두번째는 그 무게에 놀랐다.
어쨋든 받은거 써보자 하고 마음먹었는데 필름 사진에 취미가 없던 인간이 갑자기 필름카메라가 생겼다고 필름을 사는건 여간 쉬운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들고다니기도 무거운 중형카메라였다. 그래서 그렇게 마미야카메라는 내방 책장 한켠을 장식하게 되었다.(빈티지 한 것이 꽤나 예쁘다)
그렇게 책장에서 먼지만 쌓여가던 어느날. 나는 앞선 필름 카메라 일기에서 처럼 필카에 꽂혔고. 미놀타를 삿으며, 미니룩스를 구매해서 연신 셔터를 누르고 다녔다. 한 20-30롤쯤 찍어갈 무렵, 미니룩스는 흑백사진을 찍었을때 절정의 퍼포먼스를 발휘한다는 인터넷 풍문을 듣고(사진은 뭘로 찍었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누가 어떻게 찍었냐가 중요한것 같다.) 덜컥 일포드 흑백 필름을 주문했다.
그러나. 내가 주문한 일포드 흑백은 중형카메라용이었고. 만원이 넘어가는 필름 가격에 이걸 환불해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하다 문득 책장에서 썩고있는 장식되어져 있는 마미야 RZ67이 떠올랐다.
그래. 이참에 필름카메라에 입문한 김에 중형도 경험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필름하나를 집으로 들고갔다. 오랜만에 책장에서 내려온 마미야의 상태는 엉망 진창이었다. 플라스틱 부분은 삭아서 부식되어 있었고.. 뭔가 하얀 가루가 잔뜩 묻어 있었다. 정체불명의 가루는 베이비 파우더 였고. 오래된 년식의 카메라는 어울리지 않는 아가 냄새를 풍겼다.
대강 닦아내고 이 복잡하고 미묘한 기계장치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버튼을 누르면 분리가 되기도 했고 어딘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정말 생각보다는 복잡하게 생겼기 때문에 유튜브 채널을 몇개 검색했다.
필름장착하는 법과 촬영하는 법 등을 영상으로 배웠는데 한국어 버전은 없고 전부 영어버전이었다. 여차여차해서 필름을 끼웠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한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미야 RZ67은 수동이기 때문에 원하는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선 노출계 라는게 필요하다.
노출계는 사진을 찍기위한 적절한 ISO, 조리계값, 셔터스피드를 측정해주는 기계로 아마추어인 나는 당연히 없다. 그래서 어플을 다운받아서 이거젓것 만져보았는데 어떻게 쓰는지 전혀 감이 오질 않았다.
일단 덜컥 필름부터 넣었으니 뭔가를 찍기 시작했다. 중형카메라의 필름은 대부분 10장정도 인듯 하다. 일단 들고 나와서 이것저것 찍기 시작했는데 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날이 좋은 현관앞에서 흔들렸다.>
<낙엽이 되어버린 포도나뭇잎>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 중앙에 흰 한복을 입으신 선생님이 인상깊었다>
<우정>
<번개표 전구와 공장>
마침 어머니 공장에 방문할 일이 있어서 갔다가 그럴듯하게 나오지 않을까해서 촬영했다. 기묘한 느낌이 나는게 참 좋았다.
10장중 5장을 날리고... 현상료 1만원 필름 1만 2천원 총 2만 2천원에 5장의 애매한 사진만을 건진채로 내 첫번째 중형 필름 테스트가 끝이 났다.
꽤나 재미있었는데 나중에 돈을 더 벌면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인물사진 찍고싶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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