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미니룩스(Leica Minilux) #12

가을이 갔다. 지난 10월 찍은 필름을 현상하면서 따듯했던 그날의 소중함을 되돌아 본다.

여름 최고. 

 

<어린이대공원앞 횡단보도>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서 촬영했다. 외근 겸 세종대에 갈일이 있었는데 시간이 조금 남아 어린이 대공원을 산책해 보기로 했다. 

 

 한낮의 어린이 대공원은 한산할 줄 알았는데 꽤나 사람이 많았다. 무슨일을 하는 사람들이길래 대낮부터 여기서 놀고 있는 것일까. 

 

<멋진 사슴과 단란한 가족>

 

한 가족이 사슴을 구경하고 있었다. 유모차에는 얼마 안된 아이가 있었는데, 남편이 사슴이 자꾸 자신을 신경쓰는거 같지 않냐며 이야기 했다. 사실 그 사슴은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접근하자 곁눈질로 나를 신경쓰는거 같았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듣고 '후후 약간 주인공병에 걸리셨는걸' 이렇게 생각했는데, 부인되는 분 께서 '무슨소리에요, 저기 카메라 신경쓰는거 같은데요' 라며 아주 정중하게 사실을 바로 잡아 주었다. 대단히 교양넘치는 부부였다. 

 

<내가 갈수록 슬금슬금 쳐다보던 사슴>

 

사슴은 당나귀 우리 옆에 있었다.  어린이 대공원 동물원의 동물들은 어딘가 조금씩 아파보였다. 원숭이는 다양한 병에 걸려 있는 듯 했고, 육식동물관은 보호 유리가 더럽고 기스가 많이나서 햇볓에 반사되어 내부를 볼 수 없었다. 

 

<당나귀를 바라보는 사슴들> 

 

<ULUOESI>

 

다시 세종대로 돌아오는 길 서울시 브랜드인 I·SEOUL·U를 찍었다. 

 

<해질녘 하늘>

 

강서구 친구네 집 집들이 가는길 촬영했다. 해질녘 예쁜 사진을 담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해가 짧아져 내리자마자 이미 하늘은 어둑어둑 해졌다. 

 

<한방 병원의 노란 십자가가 강렬해서 한 컷>

 

<이미 집들이로 향하는 길은 어두워졌다>

 

무서운 가로등, 집들이가는 길의 너머는 재개발로 모두 철거 준비중인 상태였다. 오싹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해가 진 뒤라 사진은 찍지 않았다. 

 

<낙엽을 쓰는 할머니> 

 

 가을정취에 잘 어울리는 사진인듯 하다. 할머니가 느긋하게 낙엽 쓰시는 모습이 뭔가 정겨워 촬영했다. 

 

<건물, 하늘, 가로수>

 

3개로 분할된 느낌을 주려고 찍었는데 그럭저럭 느낌적인 느낌이 사는듯 했으나 살지 않았다. 아쉬운 사진.

 

<골목길>

 

<다음 골목길> 

 

골목길이다. 이렇게 좁은 골목길은 오랜만이라 촬영했다. 반대편 골목길도 굉장히 좁았다. 

 

<북서울 꿈의 숲 단풍>

 

 불이난 것 같은 빨강이 인상적이었는데 촬영 결과물은 또 그렇지 않았다. 그냥 붉은 덤불을 찍어놓은 것 같은 사진이 나왔다. 조금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열 일곱번째 롤은 좋은 사진이 많았다. 인물사진이 그랬는데 아무래도 블로그에 공개하기에는 개인적이라 혼자 보고 말기로 결정했다. 

 

 어쨋든 가을이 가버렸다. 또 곧 봄이 올테지만 추운건 정말 싫다. 여름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