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꽤나 길게 고민했다. 구글에 결혼이야기로 검색해봤지만 내 마음에 쏙 들어오는 글 제목이 없었다.
파경을 맞이했지만 관계를 유지해야하는 부부의 이야기. 이혼을 바라보는 따듯한 시선. 황금종려상 경쟁작, 봉준호감독이 올해 봤던 가장 좋았던 영화 등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었다. 뭐 일부는 공감도 가고 일부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우선 따듯한 시선이라는 점에서 나는 전혀 따듯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영화에서 따듯함 보다는 현실의 차가움, 잔인함을 느꼈다.
감독은 노아 바움백. 90년 <키킹 앤 스크리밍>으로 주목받았으나 작품활동은 딱히 하지 않았고,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의 각본에 참여하며 활동했다.
<노아 바움백 감독. 미남이다.>
이후 05년 다시 감독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노아 바움백 감독의 영화는 <프란시스 하>를 본 기억이 있다. 찾아보기 전까지는 동일한 연출자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검증된 배우 스칼렛 요한슨과 최근 헐리웃에서 가장 핫한 남자 배우 애덤 드라이버가 주연을 맡았다. 둘다 연기를 너무너무 잘해서 영화에 더욱 몰입 할 수 있었다.
줄거리는 니콜과 찰리의 결혼생활이 끝나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둘 사이에는 헨리라는 예쁜 아이가 있다. 배우와 감독의 관계로 만난 그들은 뉴욕에서 극단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
영화의 시작은 니콜의 장점을 찰리가. 찰리의 장점을 니콜이 독백 형식으로 읊어주면서 시작한다. 서로 배우자를 표현하는 둘은 위트있고, 낭만적이고 서로에게 완벽한 한 쌍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혼조정관의 권유에 의해 이런 장점들을 적어온 것이다.
서로의 장점을 눈앞에서 읽어보라는 조정관의 말에 니콜은 읽지 못하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그리고 변호사가 껴있으면 둘이 원만하게 헤어지지 못할 것 같다며 찰리에게 둘이 원만하게 합의를 하자고 이야기 한다. 찰리도 동의한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의견차이가 있다. 바로 아들 헨리. 헨리의 양육권, 거주지 문제와 찰리의 이혼을 대하는 태도의 미적지근함에 니콜은 결국 이혼전문 변호사 노라를 고용하여 찰리에게 이혼 소송을 걸게 된다.
영화는 처음 서로에게 완벽해보이는 짝이 왜 서로 신뢰를 잃었는지, 그리고 이혼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혼과정에서 둘은 애써 괜찮은 척 점잖은 척하지만 변호사들의 개입이 시작되면서 서로의 바닥을 보여주며 싸운다. 격한 감정 싸움 뒤 집에 돌아가면 헨리를 위한 좋은 아버지, 좋은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
부모와 부부라는 서로의 관계사이에서 위태롭게 지내던 어느날, 소송에 지친 둘은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며 서로의 감정을 풀어낸다. 눈물로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저주하고, 욕하고, 후회하고, 사과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금간 관계가 회복되진 않는다.
영화에서 찰리는 모든 것을 통제해야하며 자기중심적이고 상대에게 지지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찰리의 당당한 모습에 니콜은 반하게 되지만 결국 둘은 서로 좋았던 자신의 모습들을 잃게 된다.
스스로를 되찾기 위해 이혼을 택한 둘은 아이러니하게도 이혼을 통해 스스로의 모습을 되찾은게 아니라 그 과정속에서 악을 쓰며 떼쓰는 아기처럼 자기감정을 쏟아내며 싸우고 나서야 서로의 모습을 이해하게 된다.
미혼에 솔로인 나로썬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게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영화의 막이 오르고, 자연스럽게 과거를 떠올렸다. 나도 누군가에게 찰리였고 니콜이지 않았을까. 어쩌면 관계를 지키기위해, 또는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 한번쯤은 서로 감정을 쏟아내는 일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연말에 참 보기 좋은 영화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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