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그린 북 '인종차별을 다룬 버디무비'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재미있단 이야기 하나만 듣고 영화를 봤다. 영화의 제목은 <그린 북>. 인종차별에 대한 주제를 다룬 영화다. 

 

 

 

 제목인 그린북은 1936년 부터 1966년까지 실제로 출간되어온 흑인전용 여행가이드 북이다. 유색인종이 차별 받지 않고 여행 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음식점들을 적어둔 가이드북으로 당시의 인종차별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존재했던 그린북>

 


 

 감독은 <덤앤더머>, <메리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미 마이셀프 아이린> 등 미국 코미디영화를 연출한 피터 패럴리. 재미있고 나름 따뜻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감독인데 <그린 북>에서는 웃음기를 적당히 빼고 감동과 잔잔함을 넣었다. 

 

 주연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인간 대표 '아라곤'역의 비고 모텐슨 그리고 영화 <문라이트>, <그린 북>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두 차례 수상한 마허샬라 알리다. 두 배우 모두 연기를 워낙 잘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1960년대 입담 쎄고, 주먹 잘 쓰는 클럽 가드맨인 토니 발레롱가는 일하던 클럽이 인테리어 공사로 2개월간 휴업하게 되자 백수가 될 위기에 처한다.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애를 쓰는 떠버리 토니는 닥터 셜리가 운전수를 고용한다는 이야기에 면접을 보러 가게 된다. 닥터 셜리는 카네기홀 공연장 위층에 사는 흑인이었다. 당시 인종차별이 심하던 시기, 2개월간의 남부 투어 이야기를 들은 토니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유색인종을 시중들일은 없다며, 운전 외에 다른일은 전혀 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역 제안을 한다. 

 

 

 다음날 아침 토니는 셜리에게 전화 한통을 받고, 남부 투어를 함께하기로 한다. 당시 미국의 남부지역은 아직도 흑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 곳으로 음반회사에서는 그들에게 그린북을 한 권 주며 투어를 잘 끝내줄 것을 당부한다. 

 

 그렇게 교양넘치는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와, 가난하고 거친 삶을 살아온 토니의 동행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전형적이다. 전형적인 버디물이면서, 전형적으로 인종차별에 대해 다뤘고, 전형적으로 음악가를 주제로 한 이야기이고, 전형적인 로드무비이면서, 전형적인 가족영화다. 그만큼 영화를 부담없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전형적인 이야기는 자칫 그저 그런 이야기로 마무리될 수 있지만 감독 특유의 따뜻한 유머로 전형적인 것이 주는 안정감과 감동, 재미까지 다 보여줬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와 클럽 가드맨을 하던 떠버리 토니의 1년 6개여월간의 남부 투어 일정을 각색했다. 토니 발레롱가의 아들 닉 발레롱가가 시나리오를 작성했다고 하는데 돈 셜리의 유가족들은 이 이야기가 거짓이라고 반발했다. 실제로 이렇게 가슴 따듯한 둘 사이의 우정은 없었다는 것. 실제와 무관하게 영화자체는 굉장히 아름답고 훈훈하게 마무리 된다. 

 

 이야기는 인종차별이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시작된다. 하지만 등장하는 주인공 백인과 흑인의 입장은 일반적인 인종차별 영화의 편견을 깨고 시작한다. 보통 이런 주제의 영화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흑인이 잘사는 착한 백인의 도움을 받아 함께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나간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이 영화의 경우엔 반대다. 똑똑하고, 교양있고 품위넘치는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 그리고 가난하고 허풍쟁이에 툭하면 주먹이 나가는 토니 발레롱가. 이 둘은 묘한 구도에서 이야기는 서서히 균형을 맞춰나간다. 

 

 

 켄터키 지역에서 치킨을 먹는 장면이 둘의 위치가 동등해지는 지점이라고 생각된다. 치킨을 태어나서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다는 돈 셜리에게 토니는 거의 반 강제로 치킨을 먹어보게 하는데 이 장면에서 둘은 고용인과 피고용인, 유색인종과 백인의 관계를 벗어난 친구로써의 여정을 시작한다.

 

 이야기는 앞서 말했듯 전형적이고, 뻔하다. 돈 셜리가 인종차별을 당하고, 토니가 도와주고, 토니가 사고치고, 돈 셜리가 구해주고 마지막엔 둘의 우정이 쌓이며 훈훈하게 끝난다. 뻔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다. 

 

 볼 영화가 없다면, 너무 무겁고 극단적인 영화에 지쳤다면 가슴 따듯한 두 남자의 미국 남부 여행. <그린북>을 추천한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