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건 뭐랄까. 사냥의 시간. 이건. 넷플릭스로 서비스 된게 천만다행이다. 그리고 코로나 덕분에 상영이 밀리고, 소송까지 걸려 이슈가 커진게 이 영화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극장에서 개봉되었다면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의 수준 덕분에 2UBD도 동원하지 못 했을거라 확신한다. 재미없는 영화는 관객들이 보지 않는다.
최근에는 어떤 유명한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무작정 보지않는다. 캐스팅만으로 영화가 중박은 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이제는 주연배우의 유명세가 아니더라도, 이야기가 재미있다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 된다. 이 영화는 이야기가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사냥의 시간의 예고편만 보고 근 미래 망한 대한민국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속 시원한 '김치 웨스턴 장르'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애당초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높았던게 화근일까. 최근 재미있게 봤던 작품들에 출연한 배우들이 총 출동한단 이야기에 내 기대치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영화의 장점을 좀 나열하자면 거의 없지만, 망해버린 도시의 연출, 사실적인 총소리와 배우들의 열연 (대사는 진짜 별로였다. 욕들은 뭐 그리 많이들 하는지... 차라리 무성 영화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이 있을 것 같다. 상대적으로 대사가 적은 한역의 박해수 배우가 인상 깊었다. (여기서 5분정도 더 고민해 봤는데, 이게 전부인거 같다.)
#사냥의 시간 줄거리 _ 스포있음
근 미래, 대한민국 나라는 망했다. 원화는 폭락했고 더이상 환전조차 해주지 않는다. 시민들은 연일 데모에 불법적인 일이 자행된다. 총기는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고 온갖 범죄가 판치는 무법도시가 되었다.
기훈과 장호는 이제 가진돈도 다 떨어져간다. 돈을 벌고 싶지만 전과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곧 친구 준석이 출소한다. 친구 준석은 함께 절도 행위를 하다 혼자 잡혀 교도소에 들어갔다.
준석은 출소날 나와 친구들에게 한 가지 이야기를 전한다. 교도소에서 만난 형님이 대만에서 꽤 큰 사업체를 운영한다며 함께하자고 제안한 것. 투자금이 없는 그들은 고민한다.
준석은 자기에게 완전하게 안전한 큰 건이 있다며 친구들에게 사설도박장을 털 것을 제안한다.(?) 도박장을 털려면 총이 있어야 하는데, 준석은 아는 총포상 형님도 있다..(?) 총을 지원받아 도박장을 털기로 결심한 친구들. 엉성한 계획으로 도박장을 터는데 성공한다. 도박장을 털면서 CCTV 영상이 저장되는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훔쳤다. 사설도박장에서는 난리가 났다. 하드디스크에는 VIP의 거래내역과 각종 정보가 들어있던 것. 도박장에서는 한이라는 해결사를 고용한다. 이제 준석과 친구들을 쫓는 사냥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반성문 _ 사냥의 시간을 보고
넷플릭스 사냥의 시간은 영화를 보는 내내 스스로를 반성하게 하는 영화였다. 깊게 반성한 네가지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1. 첫 번째 반성. 주연 배우들에 대한 기대
너무 큰 기대를 했다. 내놓으라 하는 배우들이 모였다. 차세대 충무로 남자 주연급 4명을 모아뒀기 때문에 당연 엄청난 작품이 나올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배우가 아무리 좋아도 대사가 구리면 배우도 구려진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좋은 인상을 줬던 주연배우 4명에게 큰 실망감을 갖게 되었다. 그들의 몰입도 있는 연기는 웃기고 유치한 대사와 함께 연기마저 하염없이 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좋은 배우는 시나리오를 고르는 능력도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배우들을 믿게 된걸 반성한다. 영화는 100% 감독의 예술인걸 다시금 확인했다.
2. 두 번째 반성. 영화 내용과 제목에 대한 오해
앞서 한번 언급했듯. <사냥의 시간> 대한민국에서 총쏘는 이야기 라길래 웨스턴물을 떠올렸다. 마초들의 이야기. 이상한 자존심에 총싸움을 벌이고, 목숨이 순식간에 달아나는 그런 이야기를 그렸는데. 막상 사냥의 시간은 묘한 스릴러 물에 가까웠다. 마초들은 커녕 찌질한 성인 남성 4명이 돈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다가 더 나쁜 놈을 만나 사냥을 당하는 내용이다. 웨스턴 장르에서 추격 스릴러로 기대했던 내용이 전혀 다르다. 제목에서 또한 큰 착각을 했다. 사냥의 시간. 제목만 봤을땐 사냥을 시작하는 시간. 사냥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집요하게 쫓고 그런 내용일 줄 알았는데...
3. 세 번째 반성. 끝까지 본 스스로에 대한 반성
극장이 아니고서야, 콘텐츠가 별로면 언제든지 꺼버릴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나의 고집이 이 영화를 설마.설마. 설마- 하고 끝까지 봐버리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30분 정도의 출혈로 막을 수 있던 내 소중한 시간이 사냥의 시간덕에 2시간을 사냥당했다. 아니다 싶은 콘텐츠는 과감하게 꺼버리자!
4. 네 번째 반성. 명작을 본 이후 다른 영화를 바로 섣불리 본 것.
오늘 폴 세잔이 그린 사과 정물화를 진득허니 봤다. 그리고 다음날 내가 아이폰으로 그린 사과그림을 봤다. 폴세잔의 사과그림에 비해 같은 사과를 그린 내 솜씨가 얼마나 비루해 보일 것인가. 나는 전날 70대 나레이션장인인 영화거장 감독과 70대 연기파 배우들의 작품을 감상했다. 그리고 그 긴 여운에 사로잡혀 있었다. 다음날 30대 감독의 첫 번째 상업영화 데뷔작과 이제 막 자리잡은 젊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과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전작은 심지어 마피아고, 후작은 동네 양아치들이다. 명백한 내 실수다. 반성한다.
#사냥의 시간 리뷰 마치며
나는 사전에 이 영화에는 개연성이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개연성은 영화에서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다. 개연성이 없는 영화라면 이야기를 최소화하고 관객을 영화를 보는 시간에 푸욱 빠질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질질 늘어지는 전개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등장인물, 그리고 짧고 쓸대없이 총소리만 큰 액션과 기묘한 추격장면이 아니라.
지금 리뷰를 쓰면서 생각했더니, 주인공 준석은 정말 말도 안되는 캐릭터다. 열대섬에 가고 싶다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갑자기 대만에 가자고 친구들과 강도짓을 주도해서 꾸미고, 친구들은 다 죽게 만들고 혼자 살아 남아서, 총을 들고 다시 돌아온다는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영화의 마지막 10분에는 뭔가 허겁지겁 마무리를 지으려는 준석의 독백과 다음편이 나올 것 처럼 떡밥을 뿌리는 행동들을 보며 여기까지 지켜본 나 자신에 대한 원망과 뿌듯함이 느껴지는 기묘한 경험을 했다.
제목 <사냥의 시간>은 두 가지 뜻이 있어 보인다. 하나. 악역 한이 주인공들을 사냥하는 시간을. 둘. 감독이 관객들의 소중한 시간을 사냥한 것을. (이게 아니라면 제목이 잘못 되었거나 내가 영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게 분명하다.) 이 사냥 당한 것 같은 올가미에 걸려든 듯한 착찹한 기분이 감독의 의도라면 그는 성공했다. <사냥의 시간 2>도 기대가 된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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