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시동 '방황해도 괜찮아, 청춘 무비'

 다음웹툰 시동이 영화화되었다. New에서 제작된 영화 <시동>은 조금산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개봉 당시 큰 흥행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관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나는 극장에서는 관람하지 못했고, 얼마 전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되어 보게 되었다. 

 

 

 원작 이야기를 조금 하고 넘어가자면, 난 원작의 엄청난 팬이었다. 하지만 영화화 소식에는 다소 회의적이었는데 단순히 이 이야기를 마동석을 내세운 소소한 코믹영화로 만들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막상 시청하고 보니 원작의 느낌도 잘 살렸고,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뛰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순수하게 따듯함을 지닌 한국 영화가 나왔다고 해야 할까. 

 

 

 연출은 최정열 감독이 맡았다. 글로리데이라는 막 20대가 된 청춘들의 이야기에 이어 시동에서도 막 성인이 되어가는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주연은 박정민과 정해인, 마동석, 염정아가 맡았다. 박정민은 타짜3에서 호되게 당했지만 시동으로 어느정도 회복한듯 하다. 아무리 잠재력이 있는 배우. 뛰어난 배우여도 좋은 작품을 만나야 성장할텐데 조금은 염려도 된다.(좋은 배우가 되어주길) 영화는 거석이형이라는 케릭터와 마동석의 싱크로율로 기적의 싱크로율 이라는 수식어가 따르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슬로무비, 힐링무비라고 하는 소소하지만 가슴 따듯해지는 이야기들은 주로 일본영화, 유럽영화의 한 부류라고 생각된다. 한국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르로 대부분 한국영화에서 가슴 따듯해지는 이야기라고 홍보가 된다면 극단적인 상황에 몰아놓고 신파를 만들거나, 애국심을 자극하거나 하는 식으로 뭔가 영화의 노림수가 뚜렷했다. 예를 들면 영화를 관람하던 도중 이런 생각이 들게한다. 자 이제 가슴 따듯해져봐라! '이 타이밍에 눈물을 쏙 빼기 위해 지금까지 이 지진부진한 복선들을 깔아 놨던 것이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눈물을 강요하는 따뜻함이랄까.)

 

 <시동>은 전자의 진짜 슬로, 힐링무비 이야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웹툰을 재미있게 본 이유도 온갖 자극적인 설정으로 가득 찬 이야기 들 사이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할 만한 그런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영화는 그래서 많은 호평을 받았지만 한국영화에 길들여진, 짜여진 확고한 결말을 원하는 관객들에게 <시동>의 애매한 결말은 한편으로는 아쉬운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했다)

 

 주인공인 고택일은 중졸로 '공부하기 싫음, 학교 자퇴함, 하고 싶은 거 없음' 등의 다양한 문제 상황을 가지고 등장한다. 딱! 학창시절에 하고 싶어도 못했던 그것을 이뤄낸 인물이다. 하고 싶은 게 없어서 아무거나 할 수 있던 고택일은 어머니와 갈등을 참지 못하고 가출을 결심한다. 무작정 버스를 타고 어느 도시로 간 고택일. 그는 배달원을 모집한다는 중국집 광고지를 보고 무작정 그곳에 취업하게 된다. 

 

 

 방황하는 어른인척하는 애. 사춘기라 하기엔 너무 컸고, 어른이라 하기엔 아직은 미숙한 애매한 나잇대의 주인공은 누구나 겪었을 법한 그 시기의 고민을 보다 극적으로 체험한다. 갑갑한 현실을 벗어나 가출을 택하는 장면이 그중 하나인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전에 회피라는 선택을 한다.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온전한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 그리고 자신이 버리고 온 문제들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결국은 회피가 최선의 선택이 아님을 깨닫는다.

 

 

 어쩌면 전형적인 성장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에서 나아지는 현실은 크게 없다. 집은 사기를 당해 완전히 망하고, 앞으로도 막막하다. 하지만 온전히 문제를 받아드리면서 고택일은 삶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시동>은 관객으로 하여금 고택일의 나이에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살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만약 지금 삶이 빡빡하다고 느껴진다면 <시동>을 걸고 일단 떠나보는 건 어떨까. 고택일의 가출에서 무언가 답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