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아이리시맨 '세월에 무너지는 악당들의 초라한 말로'

"듣자 하니 자네가 페인트칠을 한다던데"

"I Heard You Paint Houses"

 

 넷플릭스가 지향하지 않는 영화가 있다면 바로, 아이리시맨 같은 영화가 아닐까. 오늘 리뷰는 마틴스콜세지 감독의 최근작(?). <아이리시맨>이다.  나온지는 꽤 되었으나,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이번에 보게 되었다. 리뷰할 내용이 참 많은 영화다.

 


 

#아이리시맨 감독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미국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다. 얼마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를 보며 공부했다고 언급하며 그에게 경의를 표한 장면이 뉴스에 방영되었다. 이 시상식 장면은 국내에 영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큰 인상을 주었다.  

 

 

 마틴스콜세지 감독은 미국영화 전체에서 손에 꼽히는 최고의 감독이다. 헐리우드 상업영화가 터져나오는 시점에서도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고, 영화를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감독이다. 

 

 대표작으로는 택시드라이버, 성난황소, 좋은 친구들, 갱스오브뉴욕,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등이 있다. 그는 자신과 잘맞는 배우를 섭외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로버트 드니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그의 영화에 주로 섭외된다. 

 


 

#스콜세지의 마블 비판

 그는 마블영화를 시네마가 아니다 라고 말하여 한동안 주류 영화였던 히어로무비를 비판했고, 영화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실제로 그의 비판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마블 히어로 무비를 비판했지만 마틴 스콜세지의 비판만큼 큰 파장을 주지 못했다.  

 

 마틴은  "보려고 노력했지만 감성적이고 심리적인 경험을 전달하는 영화(cinema)가 아니라 테마파크이다." 라고 한 강연회에서 언급했고, 이것이 기사화 되어 마블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이 말에 대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 발언은 크게 이슈가 되었는데 일주일 뒤 마틴 스콜세지는 영화관은 놀이공원이 되었다며, 모든 영화들이 놀이공원에 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영화 산업이 히어로 무비로 일원화 되는 것을 경계하는 발언이었다. 그는 뒤이어 히어로무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게 되었고, 그들을 존경하며 다만 자신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인터뷰를 하여 이슈는 일단락 되었다. 

 

 어쩌면 스콜세지의 영화에 대한 단어를 엄격하게 구분해서 말하는 것 때문에 발생한 오해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한국어로는 영화로 해석되는 세가지 단어를 엄격하게 구분하여 말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네마, 필름, 무비) 

 


 

 #아이리시맨 원작과 배경 지미호파 실종사건 
 아이리시맨은 찰스 브랜든의 논픽션 <I Heard You Paint Houses>을 영화한 작품이다. 이 책은 한국에 아이리시맨으로 제목이 변경되어 출간되었다. 

 

 

 이야기 배경은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미국의 유명 노동 운동가 지미호파의 실종사건을 다룬다. 지미호파는 전미 트럭운송노조의 위원장을 14년동안 역임한 인물로 그의 노조는 10만명에서 230만명까지 늘어났다. 엄청난 카리스마와 협상력을 지닌 인물로 자신의 노조를 위해서라면 무슨일이든 했다고 한다. (마피아와의 결탁이라던가..)

 

 지미호파 실종사건

 

 

 1975년 7월 30일 오후 2시 반 디트로이트의 한 식당. 

 노조 협상을 위해  마피아 간부들을 기다리던 지미호파는 아무도 오지 않자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몇 분만 더 기다렸다가 아무도 오지 않으면 그냥 가겠다고 말했다. 

 

 그를 마지막으로 목격한건 어떤 트럭 운전사인데 식당 주차장에서 나오는 차량과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고 호파가 뒷좌석에 앉아있던걸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부인은 그가 저녁까지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고, 7년 뒤 법적으로 사망처리가 되었다.

 


 

#아이리시맨 줄거리

 2000대 초반. 한 노인이 과거를 회상한다. 노인의 이름은 프랭크 시런. 그는 사람좋은 웃음을 띄고 있다. 그는 과거엔 페인트 칠하는 사람의 의미를 진짜 페인트 칠하는 사람이라고 알았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장면은 70년대 프랭크와 러셀이 50대 60대가 되었을 무렵을 비춘다. 그들은 어딘가로 이동하는 도중 한 주유소앞에 정차해 있는데 프랭크는 러셀에게 저 주유소가 기억나냐며 묻는다. 

 

 장면은 다시 50년대 프랭크가 젊었을 적으로 전환된다. 그는 트럭운전수로 바로 그 주유소에서 러셀과 처음 만나게 된다. 트럭의 타이밍 벨트가 빠져 차가 멈추었는데 러셀은 바로 문제를 찾아서 프랭크를 도와준다. 그렇게 둘의 인연이 시작된다. 

 

 프랭크는 자신이 운전하는 차의 물건을 횡령한다. 그러던 도중 러셀의 도움을 받게 된다. 러셀은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프랭크가 이탈리아어를 잘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 묘한 호감을 느낀다. 프랭크에게 신뢰를 느낀 러셀은 그에게 한두가지 심부름을 시키면서 그를 점점 마피아의 세계로 끌어 들인다. 

 

 어느날 프랭크는 세탁소를 폭발 시키는 의뢰를 받아 맡게 된다. 프랭크의 행동을 수상하게 느낀 러셀은 그의 뒤를 캐고 그가 폭발시키려는 세탁소가 같은 조직의 일원이 운영하는 사실과 배신자를 직접 처리하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렇게 첫번째 살인이 시작되고 프랭크는 러셀조직의 페인트공으로 일하게 된다. 

 

 

 조직에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프랭크는 러셀의 소개로 지미 호파를 알게 된다. 지미 호파는 트럭노조의 위원장으로 엄청난 권력가이다. 

 

 

 러셀은 프랭크를 지미에게 보내며 그를 돕게 하면서 프랭크는 점점 성장해 나간다. 지미 호파는 엄청난 카리스마의 노조위원장으로 그는 닉슨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케네디가 당선되어버린다. 케네디에 의해 권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호퍼와 프랭크. 갑작스러운 케네디의 사망으로 인해 이야기는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된다. 

 


 

#아이리시맨 마치며

 영화는 세시간 삼십분이라는 엄청난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처음에는 TV로 중반정도 보다가 사정이 생겨 멈췄다. 출퇴근길에 친구와 카톡하던 도중에 보려고 '나 이제 아이리시맨 본다' 했더니 친구가 '아 그거 휴대폰으로 보면 안돼' 라고 말했다. 이게 뭔소린가 했더니 실제로 마틴 스콜세지가 했던 말이라고 한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내 작품은 물론이고 대다수 영화를 보고 싶다면 제발, 제발 휴대전화로 보지 말아달라. 부탁이다." 라고 이야기 했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 영화의 감독이 휴대폰으로 보지 말라고 말한건 이상했지만 실제로 보고나니 어떤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인터뷰를 맘에 안들게 본 사람들의 반응>

 


 이 영화는 길다. 긴 만큼 집중력을 요하기도 하는데 작은 화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장시간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 영화에 들어간 수 많은 기법들을 제대로 받아드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큰 화면에서 보는게 유리하다. 


 

 영화는 이미 늙은 배우들을 젊게 만드는 신기한 디에이징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연기력에 방해 받지 않고 얼굴을 젊게 만드는 이 기술은 늙은 배우의 젊은시절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하지만 체형이나 동작까지는 바꾸지 못해 이미 늙어버린 드니로의 풍체와 액션은 약간은 어색하게도 느껴졌다. 

 

<디에이징 기술>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한다. 로버트 드니로, 알파치노, 조 페시 등 이름만으로도 대단한 70대 미국영화 드림팀 같은 느낌이다. 

 

 

 영화는 현재, 그리고 70년대 호파가 실종되기 전, 50년대 러셀과 프랭크가 만나는 시점이 차곡 차곡 쌓여가며 현재를 향해 달려간다. 과거와 더 과거가 현재를 향해 가면서 결국 한점에서 만나는 전개가 익숙한듯 하면서도 독특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꽤 크게 다가오기 때문인지 프랭크의 일생의 굴곡을 그리고 인생의 덧 없음이 느껴져 결말부에서는 알게모르게 상실감이 느껴졌다.

 

 인상 깊었던 건 마피아들의 일. 범죄와 살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정말 조용하고 담담하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들의 행위는 차분하다. 이런 차분함 속에 긴 러닝타임의 영화는 조용히 조용히 사건을 진행시켜나간다. 

 


  

 프랭크가 트럭운전수에서 마피아의 킬러가 되고 호파밑에서 노조활동을 하는 모습 그리고 말년까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월에 장사없듯 화려했던 그의 시절을 뒤로하고 함께했던 조직 동료들은 하나같이 허망하게 사라지는데 여기서 긴 러닝타임 때문인지 한 시대가 지나가는 느낌을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권력을 가진 호파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 러셀이 늙어 교도소 교회를 나가는 모습, 가족조차 자신을 등지고 혼자 죽음을 준비하는 늙은 프랭크의 말로는 권선징악이라는 전형적인 이야기 형태와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게 해준다. 

 

 

 이 영화를 가능하면 휴대폰으로 끊어 보지 말고, 큰 화면에서 긴 시간 진득허니 앉아, 세월의 무게를 함께 느껴봤으면 좋겠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