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을 걷는다. 합정역에서 회사까지는 다양한 골목길로 갈 수 있다. 나는 합정역 뒤편의 구불구불한 골목길로 걸어다니는 편인데, 이 길을 좋아한다. 걷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한적하고 깔끔한 골목길을 걷는걸 특히 좋아하는데 서교동 일대는 나의 취향에 완벽하게 적합하다. 내가 걷기 좋아하는 동네를 잠깐 이야기 해보자면, 동네에 고저 차가 있어 걷는 재미가 있고, 동일한 형태의 건물이 많아선 안된다는 엄격한 기준이 있다. 신식 빌라와 오래된 구옥들이 있어 동네의 발전을 비교해볼 수 있으면 좋다. 동물에 친화적이라 강아지나 고양이가 많으면 더 좋은 산책로이다. 화단이나 나무가 많이 심어져 울긋불긋한 건물들 사이에 나무들이 보이면 걷는 재미가 또 있다. 중간중간 특색있는 상점들이 있으면 좋다. 프렌차이..
햇볕이 너무 쨍했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너무'라는 말은 부정적인 표현을 서술하기 위한 부사로 사용되었다. 과하단 뜻인데 이제는 긍정의 표현에도 사용된다. 앞서 사용한 너무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가득이다. 연속된 주말출근과 야근으로 인해 지친 나는 내일 만큼은 기필코 상처입은 늑대새끼마냥 방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패드를 잡고 어쌔신크리드 오딧세이 엔딩을 보겠노라 다짐했다. 아침 따스한 햇살에 눈을 떳다. 요즘 같은 날엔 따스한 햇살이고 뭐고 '다 망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좋을수록 더 우울했다. 창밖으로 햇살이 쏟아지고 새가 지저귀고 나는 부은 두눈을 비비고 일어나 바로 플스를 켰다. 대기 중 상태의 플스는 금방 켜졌다. 어쌔신 크리드 : 오딧세이를 키고 교단원을 찾으려는 찰나, 구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