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미니룩스(Leica Minilux) #20

 "선생님 우리 아이 좀 살려주세요" 

 

<그날의 응급한 순간>

 

 아 이 XX 카메라가 또 말썽이다. 이번에는 셔터에 반응이 없는 것. 센서가 망가졌거나 셔터부분에 단선이 되었거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주일 전 우성상사에서 일포드 400 감은필름 (벌크로 사서 빈 필름통에 필름을 감아 재사용하는 것) 을 구매해서 장착했다. 이것저것 찍고 다녔는데 중간에는 배터리가 급하게 필요해 동네 전파사에서 십년은 묵혀있던 CR123A 배터리를 구매했다. 좀 찜찜하긴 했지만 몇 컷은 찍혔다. 한롤을 다 촬영하기도 전에 배터리 반칸 표시가 뜨길래. 으. 그럼그렇지 하고 새것으로 교체. 36방쯤 찍었을때 (보통은 38까지도 찍힌다.) 이제 곧 감기겠거니 하고 여기저기 찍다가 갑자기 카메라가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의심스러웠지만 일단 카메라를 종료하고 퇴근길에 현상을 맡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저렴해서 중앙칼라를 이용하는데 중앙칼라로 가는 지하철에서 카메라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런 에러(E01, E02 등)도 뜨지 않았는데. 여기서 좀 의심 했어야 하는데 카메라의 촬영 컷수 표시가 34로 표시되어 있었다. 즉 두칸 감기다가 만 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하 이놈의 카메라 또 맛탱이가 갔구먼.. 제발 큰 돈 들지말고 소생해라' 라는 생각으로 제일 카메라로 향했다. 

 

 

 

 사실 국제 카메라가 더 잘 고친다는 이야기가 번뜩 생각나 거기에 방문하기로 하고(제일 카메라 근처라고 했다.) 세운스퀘어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필름카메라 수리의 메카. 세운스퀘어는 조명과 옷갖 전자기기들을 다루는 그 세운상가가 아닌 맞은 편에 위치한 다른 곳을 말한다. 가는 길은 종로3가에서 나와서 광장시장까지 걷거나 버스를 타면 좋다. 

 

<11번 출구로 나와서>

 

<종묘를 지나>

 

<광장시장 사거리에서 좌측으로 좀 가면 있다>

<상가는 작아서 찾기 쉽다>

 

 아무리 찾아도 국제카메라가 안보여서 망했나보다 생각하고, 그냥 제일 카메라에 맡겼다. 제일카메라 사장님은 굉장히 친절했다. 센서가 갔나보네. 라고 말씀하셔서 '아.. 그럼 그 필름만 이라도 좀 살려주세요.' 하고 근처 스타벅스로 갔다. 친한 형이 15분전에 보내준 스타벅스 쿠폰이 바로 쓰였다. (커피는 잘 마셨습니다. _ _) 꾸벅) 스타벅스에서 한 15-20분 있었나. 추천받은 수리점은 국제가 아니라 세계였다. (바로 옆에 있었음..) 마침 제일카메라에서 연락이 왔다.

 

<스타벅스와 코스모스, 우주의 신비를 읽으며 마음을 달랬다.>

 

 호다닥 갔는데 필름이 되감기 도중 기어에 씹혀서 기어박스를 다 들어냈다고 했다. 기어박스를 다 들어냈다는게 교체를 의미하는진 모르겠지만 수리비로 8만원이 나왔다. (뜨억) 필름도 다행스럽게 살았는지 잘 감겨 있었다. 결과물은 금일 중에 나올 것 같다. 

 

 

 

 수리비가 비싸게 청구된거 같은 찜찜함과 그래도 살아나서 다행이다 라는 안도감이 공존하며 이상한 기분을 가지고 중앙칼라로 갔다. 그리고 빈 필름박스에는 감긴 필름이 아닌, 코닥 T맥스 400을 장착했다. 

 

이번 사태로 느낀 교훈이 여러가지 있다.

1. 감긴 필름은 내가 감지 않은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 

2. 수리를 맡기기 전에 필름박스를 열어 봐야겠다. 

3. 수리하는 과정을 잘 보고 듣고, 묻고 어떤 사태가 벌어졌는지 알아야겠다.

 

필름 카메라를 유지하는 감성비가 높아지는게 부담된다. 아프지말고 오래가자 우리.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