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한컴 타자연습으로 처음 접했다.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으로 시작하는 문장은 타자를 빨리치는 것이 미덕이던 시절을 지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눌러 보았을 것이다. 당시 이 소설에 대한 내용과 문장의 아름다움은 알지 못했다. 그냥 아 이게 메밀 꽃 필 무렵이라는 소설의 일부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다. 얼마전 라디오에서 소설을 읽어주는 코너를 듣게 되었다. 그곳에서 소개된 책이 메..
우선 고백해야 할것이 있다. 지금까지 내가 책리뷰를 쓰는 원칙은 완독 했을 경우 또는 감명받아 두번이상 읽은 책일 경우였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 고작 100여 페이지를 읽었다. 이렇게 극히 초반부를 읽고 리뷰를 쓰는 이유는 콘텐츠의 고갈과 이 책을 붙잡고 있다간 영원히 다음책 리뷰를 쓰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우선 '역사'가 무슨 책인지 알아보고 얇은 에세이는 수시간만에 다 읽어버리는 빠른 독서가인 내가 버벅거리는 이유와 이 책에 재미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헤로도토스 작가 헤로도토스는 서구 역사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역사의 아버지라는 표현은 헤로도토스보다 300여년 뒤에 태어난 이탈리아의 정치가이자 철학가인 키케로의 에서 등장한다. 키케로는 역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헤로도토스 조차 지어낸 ..
왜 여행을 좋아하세요? 하고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모두들 제각각 대답할 것이다. 반복되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를 얻거나 찾거나, 때로는 회복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말하겠지. 김영하 작가의 신작 여행의 이유에서, 저마다 사람들이 왜 떠나게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작가는 '여행의 이유'를 통해 여행을 왜 떠나는지에 대한 스스로 생각한 이유와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특유의 담담하고 진심어린 문체로 전달한다. 이 책은 이번에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 처음 발견했다. 올해 4월에 출간되었다. 김영하 작가는 따로 소개하지 않아도 국내에서는 아마 전업작가 중 대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가 제일 처음 김영하 작가를 알게된건 TED강연에서 이다. 예술가가 되..
#여름휴가에 딱인 책 여름이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사람, 그리고 떠나고 싶은 사람들이 가득한 계절. 나는 여름태생이라 그런가 유독 여름을 좋아한다. 한가로운 여름철 바닷가의 여유를 좋아한다. 뜨거운 햇살이 작열하는 아스팔트와 더워서 헥헥거리는 사람들의 모습들도 좋아한다. 나는 여름을 정말로 좋아한다. "남극을 나간다는 의미로 '출남극'이란 용어를 쓴다. 출남극은 국가의 소속이 아닌 땅에서 국가의 세계로 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휴가 때 못 읽은 책들을 읽겠다 결심을 한다. 아니면 책 한권 가볍게 들고 떠나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늘 소개할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딱 맞는 책이다. 이원영 박사의 에세이 '펭귄의 여름' 이 책이 왜 여름 여행에 딱인지 잠깐 이야기 해보면 우선 제목에 여름이 들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