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 가을이 가버린 줄 알았는데, 나의 열 여덟번째 필름에는 가을이 남아있었다. 좋은날 필름을 한번 더 장착했었나보다. 장소는 지난 마지막 사진과 동일하게 북서울 꿈의 숲에서 시작한다. [일기/필카일기] - 필카 미니룩스 #12 열일곱번째 롤 '가을의 끝자락' 북서울 꿈의 숲의 한 숲인데, 마치 클림트의 그림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포스팅을 하면서 막상 그림과 비교해보니 '전혀 아니올시다'였다. 느낌만 있었던 걸로.. 위 그림같은 느낌으로 아래 사진이 나올 줄 알았다. 응 큰 착각. 그냥 한가로운 공원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그래도 꽤나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전경이 꽤나 볼만하다. 북서울 꿈의 숲은 예전에 드림랜드라는 놀이동산이 있었던 부지다. 아마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세대들은 좀 더 그 ..
오랜만에 디카를 사용했다. 회사 차장님이 시간 남는동안 가서 찍어보라고 넘겨준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작은 디지털 카메라다. 펜탁스 Q라고 불리고 디지털카메라의 과도기에 출시되었다가 금새 사라진 모델이라고 한다. 이걸들고 성인남성이 사진을 찍고 있자면 약간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너무 작기 때문에 그냥 카메라 모형으로 사진찍는 척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 같다. 작기때문에 장단이 있는데 장점으로는 귀엽다. 단점은 너무 작아서 카메라가 주는 그립감? 안정감? 이란게 약간은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귀엽기 때문에 봐주기로 한다. 원래 귀여운건 그래야 한다고 배웠다. 스펙을 잠깐 살펴보면 2011년 6월 생산된 제품으로 1275만 화소를 자랑한다. 아이폰 11 프로의 카메라 화소가 1200만인걸..
가을이 갔다. 지난 10월 찍은 필름을 현상하면서 따듯했던 그날의 소중함을 되돌아 본다. 여름 최고.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서 촬영했다. 외근 겸 세종대에 갈일이 있었는데 시간이 조금 남아 어린이 대공원을 산책해 보기로 했다. 한낮의 어린이 대공원은 한산할 줄 알았는데 꽤나 사람이 많았다. 무슨일을 하는 사람들이길래 대낮부터 여기서 놀고 있는 것일까. 한 가족이 사슴을 구경하고 있었다. 유모차에는 얼마 안된 아이가 있었는데, 남편이 사슴이 자꾸 자신을 신경쓰는거 같지 않냐며 이야기 했다. 사실 그 사슴은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접근하자 곁눈질로 나를 신경쓰는거 같았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듣고 '후후 약간 주인공병에 걸리셨는걸' 이렇게 생각했는데, 부인되는 분 께서 '무슨소리에요, 저기 카메라 신경쓰는..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포트라 160으로 촬영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은 어딘가 모르게 사진을 잘 찍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너무 자주 써먹으면 나도 모르게 중독될 것 같아 꾹 참아본다. 어쨋든 미니룩스를 구매하고 어느덧 16번째 롤이다. 나는 주로 일상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다. 인물사진을 찍고싶은데 쉽게 모델을 해주려는 사람도 없거니와.. ..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사진 포스팅 내내 했던거 같아서 그만해야겠다. 교보문고에 가려고 들렸는데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아이가 귀여웠다. 나도 저 나이때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면 저렇게 팔을 들었겠지만 지금은 그냥 인상을 쓸 뿐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표현이라는걸 잘해내기가 어렵다. 싸우려는 글이 아님에도 싸우게 되고 진심어린 이야기는 언젠가부터 폭력적으..